[데스크 칼럼] 도 넘은 '이재명표 지원금'

입력 2021-11-11 17:15   수정 2021-11-12 08:54

선거철 ‘돈 뿌리기’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번엔 해도 너무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당 대선 후보의 말 한마디에 국가재정 원칙까지 무시하며 내년 1월에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주기로 한 것 말이다. 국민도, 정부도 반대하는데 기어이 내년 대선 전에 국민들 손에 현금을 쥐여주겠다는 발상에 다름 아니다. 오죽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에 편파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국가 기관의 행위는 자제돼야 한다”고 경고했을까.

민주당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명분도, 근거도 약하다. 국민 88%에 1인당 25만원의 5차 재난지원금을 준 지 두 달 정도밖에 안 지났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 손실보상은 피해액보다 적다는 지적도 많다. 재원이 허락한다면 피해 계층에 두텁게 지원하는 게 먼저다.
예산 분식으로 '금권선거' 발상
그런데도 이 후보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을 요구하자 민주당은 이를 덥석 받아 내년 1월 국민 1인당 25만원 지급 방침을 정했다. 이어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정부 예산안에도 없던 ‘코로나19 관련 전 국민 일상회복 방역지원금’ 명목으로 10조1000억원의 예산 증액을 요구했다. 그래놓고 ‘이재명표 재난지원금’이 아니라 마스크나 손세정제 구입 지원 비용이라고 눈 가리고 아웅한다.

게다가 ‘세금 유예’라는 기상천외한 꼼수까지 동원하려 하고 있다. 올해 세수 초과분 납부를 내년으로 미뤄 내년 예산을 인위적으로 부풀리겠다는 것이다. 국세징수법을 무시하고 ‘예산 분식’을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국세징수법상 납부 유예는 납세자가 재난·도난으로 심각한 재산 손실을 입거나, 현저한 사업 손실이 발생하거나 부도·도산 우려가 있을 때, 납세자나 동거 가족이 중상해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하거나 상중일 때, 국세 납부기한까지 납부하기 어렵다고 인정될 때 가능하다. 내년 세수를 늘리기 올해 세수 초과분 납부를 유예할 순 없는 것이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엔 문재인 정부도 반대했다. 김부겸 총리는 “재정당국 입장에선 쓸 수 있는 재원이라는 게 뻔하다”며 “이 주머니, 저 주머니 막 뒤지면 돈이 나오는 그런 상황은 아니다”고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다른 나라에 비해 재난지원금 규모가 작다’는 민주당 지적에 “지난해 다른 선진국, 프랑스나 영국 같은 곳은 경제성장률이 -7~-8%로 충격이 컸지만 우리는 -1%도 안 돼 상대적으로 충격이 작았다”며 “똑같이 비교해 같은 수준으로 줘야 한다는 의견엔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독선과 오만의 추억' 떠올라
국민 여론도 부정적이다. 지난 8일 한국경제신문·입소스 여론조사에서 77%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에 부정적이었다. 찬성은 22%에 그쳤다. 같은 날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 조사에선 반대 60.1%, 찬성 32.8%였다. 그런데도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기재부가 국민들한테 25만~30만원 주는 것에 벌벌 떨면 되겠느냐”고 호통친다.

요즘 정당·대선후보 지지율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압도한다. 한때 ‘20년 집권’을 자신했던 민주당의 추락 원인 중 하나는 독선과 오만이라고 기자는 생각한다. 압도적 의석만 믿고 합리적 비판에 귀를 닫는 ‘일방통행’에 민심이 등을 돌린 것이다.

이 후보와 민주당이 정말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추진하고 싶다면 대선공약으로 내걸고 집권 후에 하는 게 정도다. 국민도, 정부도 반대하는데 편법까지 동원해 대선 전에 돈을 뿌리겠다는 건 ‘독선과 오만의 추억’만 떠올리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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