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미래 소재'에 베팅한 기업들

입력 2021-11-11 17:31   수정 2021-11-12 01:24

1980년 설립된 한솔케미칼은 정밀화학 기업으로 과산화수소와 프리커서 등 반도체 관련 화학 소재를 주로 생산하던 업체였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개발하던 퀀텀닷 디스플레이(QD) 소재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지난해 매출의 30.4%가 전자 소재 제품에서 나왔다. 올해는 2차전지 소재주로 재평가받고 있다. 반도체 소재주가 디스플레이 소재주를 거쳐 배터리 소재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가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올 들어 주가가 70% 가까이 올랐다.

한솔케미칼이 본격화하는 2차전지 소재는 실리콘 음극재다. 배터리 에너지 밀도와 충전 속도 등을 좌우하기 때문에 실리콘 음극재 사용은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됐다. 2023년 양산 설비를 가동할 전망이다. 연간 750t을 생산하고 이후 1500t까지 생산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실리콘 음극재 매출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면 주가가 재평가받을 수 있다”며 목표주가로 지금보다 42% 높은 47만원을 제시했다.

실리콘 음극재 분야에서 뜬 ‘라이징 스타’도 있다. 나노신소재와 대주전자재료다. 나노신소재는 11일 장중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나노신소재는 디스플레이 소재를 주로 생산하던 업체지만 실리콘 음극재 분야에 진출하면서 재평가받았다. 올 들어 주가는 70% 넘게 뛰었다. 대주전자재료도 정보기술(IT) 소재인 칩 부품용 전극페이스트를 주로 생산하던 업체지만 실리콘 음극재로 주목받고 있다. 주가가 최근 3개월 새 2배 넘게 뛰었다.

수소차 시대를 준비하는 상아프론테크도 미래 소재 시장에서 주목받는 회사다. 상아프론테크가 상용화에 성공한 소재는 고분자 전해질막이다. 수소 공급과 소비 과정에서 필요한 소재다. 수소차, 수소연료발전 등에 폭넓게 쓰인다. 증권업계에서는 현재 100억원가량으로 추정되는 연간 매출이 2030년 5000억원대로 50배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양한 산업 영역으로 확장이 가능한 소재”라며 “소재만 놓고 보면 2조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회사는 최근 5년간 주가가 6배 올랐지만, 시가총액은 이제 1조원을 갓 넘겼다.

소재 기업 기술 덕에 상품을 상용화한 사례도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Z폴드는 덕산네오룩스의 디스플레이 혁신 기술이 적용됐다. 접는 기술도 KH바텍 등의 세계 최고 힌지(Hinge) 기술이 뒷받침했기에 가능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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