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은 골프채, 낚싯대, 테니스 라켓 등 스포츠·레저 분야를 신시장으로 개척했다. 2006년에는 보잉이 차세대 여객기 보잉787 연비를 높이기 위해 알루미늄 대신 도레이 탄소섬유를 적용하면서 본격적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 당시 기준으로 도레이 주가는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효성첨단소재는 사양산업인 섬유업종에서 벗어나 미래 소재 기업으로 변신한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말 시가총액이 6680억원에 불과했다.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멈추면서 타이어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인 타이어코드 수익성이 급감했다.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자동차가 ‘타이어가 닳도록’ 달리고 있다. 효성첨단소재는 세계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다.
친환경 바람이 불자 이번에는 수소 테마주로 변신했다. 탄소섬유는 낮은 무게, 높은 강도, 높은 탄성률이 필요한 곳에는 어디든 쓰일 수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수소산업이다. 탄소섬유로 만든 수소연료탱크는 금속으로 만든 탱크에 비해 무게가 절반에 불과하다. 연료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강철에 비해 인장 강도도 높아 폭발 위험을 최소화해준다.
주가가 급등했지만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9배에 불과하다. 유진투자증권은 수소산업 톱픽 중 하나로 효성첨단소재를 꼽았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탄소섬유는 수소차 재료비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중요한 소재”라며 “효성첨단소재는 내년에 탄소섬유 관련 매출이 1000억원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효성첨단소재는 국내 최초로 탄소섬유 독자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2013년 전주공장에서 연간 2000t 규모로 탄소섬유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주로 낚싯대 골프채 등 레저용품이나 CNG 고압용기 제조업체에 탄소섬유를 납품해 왔다.
2019년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가 고객사의 이런 생각을 바꿔놨다. 당장은 어려움이 없더라도 앞으로 위협이 될 수 있었다. 방산업계에서 국산화가 화두로 떠올랐다. 효성첨단소재도 고압용기 등을 넘어 우주·항공·방산 분야로 사업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김 전무는 “군용기 부품 등에 사용하는 국책 과제를 비롯해 항공용 중간재 관련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효성그룹은 탄소섬유 분야에 대한 공격적인 증설에 나섰다. 올해 기준 4000t 규모인 생산 능력을 2028년까지 2만4000t 규모로 증설할 계획이다. 효성첨단소재는 이번 증설을 통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 3위로 올라선다는 계획이다.
효성그룹 차원에서 수소 생태계도 조성한다. 효성중공업은 린데와 합작해 액화수소 공장을 짓고 있다. 수소 충전소 국내 1위인 효성중공업, 탄소섬유 국내 1위인 효성첨단소재에 더해 수소 생산까지로 영토를 확장하는 것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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