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이 예·적금 금리를 바짝 끌어올리며 수신 경쟁에 나서고 있다. 올해 상반기 연 1% 중반대에 그쳤던 정기예금 금리는 최근 연 2.2% 선을 뛰어넘었고, 최고금리가 연 8.5%에 달하는 연말 '특판'까지 등장했다. 통상 연말연시에 만기가 도래하는 상품이 많은 만큼, 향후 빠질 것이라 예상되는 자금을 선제적으로 묶어두기 위한 취지다.
12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저축은행 평균 정기예금 금리(1년 만기)는 2.27%로 집계됐다. 2년 만기와 3년 만기는 각각 연 2.30%와 2.31%로 나타났다. 지난 5월 초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연 1.6%대에 불과했단 점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금리가 큰 폭으로 뛴 것이다. 저축은행 평균 정기적금 금리(1년 만기)도 연 2.43%까지 오른 상태다.
은행별 동향을 살펴보면 OK저축은행이 지난 3일 '정기예금' 금리를 연 2.3%에서 연 2.45%로 인상했다. 변동금리 상품인 '안심정기예금'의 금리도 같은 날 연 2.4%에서 연 2.55%로 올렸다. 상상인저축은행도 이달 9일 비대면 정기예금 '뱅뱅뱅 정기예금' 금리를 최대 연 2.61%로 인상했다.
고금리 특판 상품들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하나저축은행은 지난 8일 최대 연 8.5% 정기적금 금리를 제공하는 특판을 내놨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가입할 수 있는 해당 상품은 8000명 선착순으로 제공된다. 총 96억원 한도가 소진되면 판매가 종료된다.
기본금리 연 2.3%에 우대금리 연 6.2%포인트로 최대 연 8.5%까지 금리 혜택을 받는 식이다. 신용평점 구간에 따라 1.5~3%포인트 우대금리가 적용되며, 조회 없이 마케팅 동의 시 3.1%포인트 우대금리를 해준다. 비대면 가입에는 0.1%포인트 우대금리가 자동으로 적용된다. 이 상품은 과거보다 우대금리를 받기 위한 절차가 비교적 간단한 편이다. 단, 월 가입금액 최대 10만원으로 설정된 만큼 목돈을 굴릴 목적보다는 자투리 돈을 활용하려는 짠테크족에게 적합하다.
보다 큰 규모의 목돈을 짧은 기간 보관하면서도 짭짤한 수익을 얻고 싶은 투자자라면 OK저축은행이 지난 9일부터 진행 중인 '중도해지OK 정기예금369' 특판을 눈여겨볼 만하다. 연 2.2% 금리가 적용되는 이 상품의 가입금액은 10만원 이상 30억원까지다. 3개월 단위 변동금리 적용 상품으로 가입 이후 3개월간 세전 연 2.2% 금리가 적용된다. 가입 하루 만에 해지해도 해당 금리가 제공되는 요구불예금으로 은행 정기예금보다 금리가 높은데, 입출금도 자유롭다. 이 상품의 판매 한도는 3000억원이다.
모아저축은행도 이달 10일 연 3% 금리를 제공하는 '모아 삼프로 특판 정기예금'을 출시했다. 자사 앱에서 이용 가능한 이 상품은 6개월 만기 상품으로 1인당 100~1000만원 사이에서 가입 금액을 정할 수 있다. 500억원 한도 상품으로 물량 소진 시 판매가 중단된다.
최근 저축은행들이 수신 경쟁에 열을 올리는 데에는 예대율 관리 취지가 크다. 통상 연말연시에는 만기가 돌아오는 저축상품이 많은 만큼, 유동자금이 확대되는 경향이 짙다. 이에 저축은행이 재예치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자금을 선제적으로 채우기 위해 수신 금리 인하라는 카드를 꺼내 드는 것이다. 여기에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올해 대어급 공모들의 기업공개(IPO) 일정이 마무리되면서 청약 환불금 유치 필요성이 커진 점도 경쟁 심화 요인 중 하나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보통 연말에 수신금리를 올리는 데에는 만기 상품 도래에 따른 유동자금 확보, 공모주 청약 환불금 유치 등의 목적이 크다. 결국 예수금을 충분히 확보해 예대율을 관리하기 위한 일종의 전략인 것"이라며 "일정 시기에 한정된 금리인 만큼 투자 목적에 맞는 상품을 골라 활용한다면 고객 입장에서는 쉽게 이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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