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판에서는 ‘존버’가 승리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단기 손실에 연연하지 않고 버텨야 수익을 낸다는 것입니다. 역사적으로도 증명됩니다. 우량주에 장기간 투자하면 대부분 큰 돈을 벌었습니다. 삼성전자와 셀트리온 ‘초기 투자자’가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법칙이 작동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연초 9만원을 넘었던 삼성전자는 7만원 초반대까지 추락했습니다. 셀트리온은 작년말 고점 대비 50% 하락했습니다. 주주들은 “지하실을 넘어 땅굴을 파고 있다”고 울부짖고 있습니다.
고통이 극심한 이유는 단순히 주가가 하락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삼성전자와 셀트리온에는 ‘몰빵’ 투자자가 많습니다. 한개 종목에 운명을 걸었다는 것입니다. “주식을 자식에게 물려주겠다”는 말은 ‘진성 주주’의 단골 멘트이자 투자철학입니다.
전문가들은 가장 피해야할 투자 사례가 두 회사 주주들에게서 흔히 나타난다고 했습니다. 바로 종목과 사랑에 빠지는 것입니다. 여의도의 흥망성쇄를 20년간 지켜봤다는 증권사 트레이더는 “주식은 가벼운 연애처럼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꽂히는 순간 판단이 흐려진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최고의 종목이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팔아야할 상황에서 손절하지 못합니다. 비중도 무리하게 실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날아갈까 걱정돼 비싼 가격에 매수합니다. 최악의 경우 대출까지 받아 몰빵합니다.
트레이더는 “한번 실수로 전재산을 잃는 곳이 주식판”이라며 “한 종목에 몰빵하는 투자는 실패 사례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했습니다. 삼성전자와 셀트리온이 아무리 좋은 기업이어도 ‘올인’하면 안되고, 맹목적으로 투자했다가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너 아니면 말고” 식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래야 무리하게 추격하지 않고, 좋은 가격에 매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증권사 트레이더는 “국내에만 2400개가 넘는 종목이 있다”며 “떠나간 연인 붙잡고 있으면 좋은 인연 못 만난다”고 했습니다. 그는 “하락하는 종목에 물타는 것은 변심하는 연인에게 계속 돈을 붓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전문가들은 분산의 중요성을 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꾸준한 수익을 내기 위한 방법입니다. ‘증권맨 신화’로 불리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도 분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인물로 꼽힙니다. 그는 상장지수펀드(ETF)조차도 하나만 사면 안되고, 여러 섹터로 분산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개별 종목도 우량주에 분산해 장기투자하라고 강조했습니다.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5~10개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짜고, 종목별 이슈를 챙기면서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습니다. 삼성전자, 셀트리온 진성 투자자들에 대해서는 “다른 종목도 담으면서 리스크를 분산하라”고 조언했습니다.
가끔 ‘신의 손’을 가진 펀드 매니저들이 몰빵을 통해 큰 수익을 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들 마저도 도망갈 구멍을 만들고 진입한다는 설명입니다. 증권사 관계자는 “한 종목에 베팅할 때는 명확한 손절 가격을 설정하고 진입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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