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상에서 '설거지론'과 '퐁퐁남'이라는 신조어를 두고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네티즌들은 두 신조어를 두고 그동안 많은 남성이 암암리에 느끼고 있던 부분을 정확하게 짚었다는 견해와 과도한 상황 설정으로 성별 간 갈등을 불러왔다는 주장으로 나뉘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설거지론은 앞만 보고 달려오며 번듯한 직장을 갖게 된 남성들이 소위 인기가 많은 다른 남성들과 쾌락을 즐기는 삶을 살아온 여성과 결혼해 이미 더러워진 식기를 설거지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의미에서 파생된 신조어다. 퐁퐁남은 설거지론과 함께 생겨난 용어로 결혼한 뒤 부인으로부터 소액의 용돈을 받으며 제한된 생활을 하는 남편을 지칭한다.
이에 한경닷컴은 미혼 남성부터 결혼 생활을 30년 이상 이어가고 있는 50대 여성에 걸쳐 두 신조어에 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온라인상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세대, 성별에 따른 각각의 의견도 천차만별이었다.
미혼 남성 A 씨(32)는 "설거지론이 현실이 아니라면 당연히 좋겠지만, 주변에 그렇게 사는 형이나 친구들이 꽤 많다"며 "그동안 공론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었는데 설거지론, 퐁퐁남이라는 용어 자체가 너무 절묘해서 이러한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용어가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았다는 사실 자체가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다는 의미 아니겠냐. 제 주위 말고도 상당히 많은 사람이 두 용어가 대변하는 삶을 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향후 결혼을 할 때 의식적으로 저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고려할 사항으로 생각하게 되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결혼 1년 차 남성 B 씨(34)는 두 용어가 다소 과한 상황 설정으로 사람들의 선입견을 조장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7년 연애를 통해 결혼했는데 설거지론이 퍼지기 시작한 뒤 친한 지인들이 아내의 사진을 보면 제게 '용돈 30만원 받고 생활하느냐'는 이상한 질문을 해온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아내와 용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본 적조차 없고, 각자 번 돈을 따로 관리하는 상황인데 어이가 없다"라며 "분명 두 용어로 대변되는 삶을 사는 남성도 있겠지만, 마치 대부분의 결혼생활이 설거지론이나 퐁퐁남과 비슷하다는 식으로 치부해 성별간 갈등을 조장한다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지 않다"라고 부연했다.
결혼 생활 34년 차에 접어든 여성 C 씨(58)도 자녀들이 두 용어를 설명해줘 그 의미를 명확히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자녀들이 모두 남자인데 설명을 듣자마자 '너희는 그렇게 살지 마라'라고 말했다"며 웃어 보이면서도 "결혼하기 전부터 미리 걱정하면서 두 용어를 신경쓸 정도니 혼인율이 낮은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설거지에 비유할 정도로 힘든 결혼생활을 선택한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본인"이라며 "모든 책임을 아내에게 돌리기보다는 자신의 행동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돌아보고 부부간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찾아보는 게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싶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의미하는 '조혼인율'은 4.2건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70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혼인 건수도 21만 4000건으로 전년보다 10.7% 줄었으며 9년 연속 감소 추세를 보였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bigzer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