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두산건설 매각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올해 3분기 들어서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과 3조원 규모의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맺은 뒤 우량자산 매각을 잇따라 성사시켰지만, 유독 두산건설은 인기가 없었다. 지난해 대우산업개발과 계약 체결 직전까지 가기도 했으나 가격 차 등으로 무산됐다. 올해 초엔 또 다른 국내 사모펀드(PEF)와 협상을 벌였지만 지지부진했다. 그러다 지난 8월 말 8500억원 규모의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이 최종 마무리되면서 두산건설 매각 작업도 변곡점을 맞았다. 두산그룹은 재무구조 개선약정 조기 졸업이 눈앞에 보이자 그룹 차원에서 두산건설 매각을 서둘렀다. 회사 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두산그룹 핵심 관계자들은 직접 PEF 등을 찾아다니며 매각 의사를 타진했다. 큐캐피탈파트너스 컨소시엄이 최근 인수자로 나서면서 마침내 구조조정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두산그룹이 목표로 했던 재무약정 연내 졸업에 청신호가 켜졌다. 산은과 수은 등 채권단은 지난 8월부터 향후 유동성 위기 재발을 확실하게 막으려면 두산건설 등 우량 자산을 추가 매각해 안정적인 현금 창출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중을 두산그룹 측에 계속 전해왔다. 이번 두산건설 매각이 성사된다면 두산그룹의 약정 조기졸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은은 두산건설 매각계획서를 면밀히 검토한 뒤 연내 조기졸업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두산그룹은 지난해 6월 산은 등 채권단과 3년 만기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맺고 긴급자금 3조원을 지원받았다. 이후 자구계획안에 따라 자산을 잇따라 매각했다. 남은 채무 잔액은 약 5000억원 수준이다.
두산그룹이 연내 3조원의 자금 상환을 마무리하면 역대 최단기간에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조기 졸업하게 된다. 지난해 6월 채권단 체제에 들어선 지 약 1년반 만이다. 최근 10년 내 조기 졸업에 성공한 사례는 2014년 산은과 약정을 체결했던 동국제강이 유일하다. 동국제강은 약정 체결 2년 후 졸업했다. 과거 금호그룹은 기한 내 경영 정상화에 실패해 약정에 따라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을 처분했다.
다만 거래가 무산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큐캐피탈은 현재 투자금 모집의 막바지 단계에 있다. 물리적으로 한 달 넘게 걸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신고 절차를 고려하면 내주 중에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해야 한다. 큐캐피탈이 자금 모집이 어려워지면 내주 중 계약도 물거품이 된다.
두산그룹은 채권단 체제 조기졸업에 성공하면 내년에는 신사업 발굴에 주력할 전망이다. 두산중공업은 그동안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풍력과 수소, 소형모듈원전(SMR) 등 친환경 신사업을 확대하며 미래 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있다. 최근 에너지 전문가 출신인 글로벌 컨설팅 기업의 임원을 영입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위한 작업이 분주하게 이뤄지고 있다.
김채연/강경민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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