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에 놀러온 외부 아이들을 '주거 침입'이라며 경찰에 신고해 논란을 산 입주자 대표가 자신의 해임 추진 가능성 보도에 대해 "아무 상관 없다. 오히려 아파트 홍보에 도움이 돼서 좋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날(12일) 오후 7시께 인천 영종도의 한 아파트에서는 주민들의 긴급 회의가 열렸다. 아파트 회장 A씨의 해임과 관련한 문제를 논하기 위해서였다.
앞서 A씨는 아파트 내 놀이터에서 놀던 다른 지역 아이들이 놀이터 기물 파손했다며 경찰에 신고해 논란을 빚었다. 이와 관련 주민들은 A씨의 해임을 위한 절차와 사퇴 요구 내용 등이 담긴 현수막 제작을 논의하고자 모인 것이었다. A씨는 이전에도 타 아파트에 사는 아이가 아파트 놀이터에 놀러온 것은 '주거침입'이라며 경찰과 아이의 부모가 올 때까지 30분간 보내주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같은 소식을 접한 A씨는 이날 MBC와의 인터뷰에서 여전히 잘못한 것이 없으며, 당장 사퇴할 뜻이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이어 "(사퇴요구) 플래카드 100개를 달아도 아무 상관 없다"며 "(오히려) 우리 아파트 홍보만 되는데 얼마나 좋냐"며 되레 황당한 발언을 내놨다.
A씨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다. 아파트 주민들은 공동주택관리법 관리규약에 의한 절차에 따라 A씨를 조기 해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아이들이 아파트에서 놀다 잡혀갔어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오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청원인은 당시 자신의 아이를 포함해 총 5명의 초등학생들이 인천 영종도의 한 아파트에서 놀다가 입주민 회장에서 잡혀갔다고 호소했다.
그는 "입주민 회장(A씨)은 타 지역 어린이들만 골라 아이들을 관리실에 잡아 두고 경찰에 놀이터 기물 파손으로 신고 한 것"이라며 "폐쇄회로(CC)TV를 봐도 아이들이 기물파손한 정황은 없었다. 타 지역 어린이는 우리 아파트에서 놀 수 없다는 게 그 분(A씨)의 논리"라고 지적했다.
당시 놀이터에서 놀다 신고당한 아이가 쓴 글에는 "쥐탈놀이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할아버지가 어디 사냐며 물어보고 나는 'XX 산다'고 했더니 'XX 사는데 남의 놀이터에 오면 도둑인 거 몰라?'라고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이들의 부모는 A씨를 협박과 감금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수사해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아동복지법 제17조는 아동의 정신 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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