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보러가자"…공연마다 예매 행렬

입력 2021-11-14 16:29   수정 2021-11-15 01:37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발레 공연장엔 연일 매진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이 올해 선보인 정기 공연마다 객석이 북적였다. 국립발레단의 정기 공연 예매율은 지난달 31일까지 94%에 달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경우 현대발레극 ‘트리플 빌’을 제외하고 모든 공연이 매진됐다. ‘발레 불패(不敗)’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공연업계 관계자들은 ‘발레 팬덤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3월 발레를 배우는 노년층을 다룬 드라마 ‘나빌레라’가 인기를 끌자 발레에 관한 대중의 관심이 커졌다. 취미로 발레를 배우는 여성도 늘어났다. 김영민 예술의전당 고객마케팅부장은 “올해 1~6월 열린 무용 공연 중 매출 1~4위가 모두 발레였다”며 “발레는 애호가층이 워낙 탄탄한데, 지난해 공연이 거의 열리지 않아 관객의 갈증이 예매율로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매율이 높아진 건 코로나19 영향도 있다. 지난해 공연이 줄줄이 취소돼 불확실성이 확대된 데다 공연 횟수가 줄어 희소성도 커졌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집단감염을 우려해 2019년 대비 올해 공연 횟수를 약 20% 줄였다. 발레단은 통상 작품 하나를 3~4년에 한 번 무대에 올린다. 국립발레단은 4월 ‘라 바야데르’를 4년 만에 다시 공연했고, 유니버설발레단도 4년 만인 올 6월 ‘돈키호테’를 다시 선보였다. ‘감상 기회가 왔을 때 꼭 봐야 한다’는 생각이 관객의 마음을 흔들었다는 얘기다.

발레극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등 대중적인 작품에만 관심을 쏟았던 관객들의 취향도 달라졌다. 지난달 20~24일 국립발레단이 국내 초연한 발레극 ‘쥬얼스’는 전 회차 매진됐다. 유니버설발레단이 6월 선보인 현대발레극 ‘트리플 빌’의 예매율도 85%에 달했다. 낯선 작품 티켓도 서슴없이 구매한 결과다.

두 발레단은 올해 불어닥친 발레 열풍이 연말 ‘호두까기 인형’의 흥행으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호두까기 인형’은 발레단들이 한 해 흥망을 가르는 기준으로 삼는 레퍼토리다. 관객층도 넓고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어서다. 공연 횟수도 월등히 많다. 보통 한 작품을 5~6회 공연하지만 호두까기 인형은 16~20회 무대에 올린다. 한 발레단 관계자는 “‘호두까기 인형’이 발레단 1년 수입의 약 40%를 벌어다 준다”며 “남녀노소 모두에게 친숙한 작품인 데다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몇 안 되는 작품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국립발레단은 다음달 1~2일 부산을 시작으로 대구(4~6일), 전북 전주(10~11일)를 거쳐 14~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호두까기 인형’ 전국 투어를 마무리한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오는 26~27일 천안 공연을 시작으로 다음달 4~5일 경기 고양, 10~12일 대전을 거쳐 18~3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매일 두 차례 ‘호두까기 인형’을 선보인다.

발레단들의 고민거리는 좌석 배치다. 한 자리씩 띄어 앉는 방식과 좌석을 꽉 채우는 방식 중에서 절충안을 찾기 어려워서다. 국립발레단은 코로나19 확진자 증가 추이를 고려하기 위해 17일 티켓 예매를 시작한다. 평소엔 공연 시작 두 달 전 판매하는데, 이를 한 달가량 늦춘 셈이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지난달 말 ‘호두까기 인형’ 서울 공연의 예매 창구를 열면서 두 자리는 붙어 앉고 한 자리씩 띄어 앉도록 했다. 방역 지침상 네 자리까지 붙어 앉을 수 있지만 추가 좌석 판매를 포기한 것. 유니버설발레단 관계자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아 발레를 보러 오는 부부나 연인 관객의 편의를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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