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구멍난 외국인 관리…환치기로 아파트 쇼핑까지

입력 2021-11-14 17:03   수정 2021-11-15 07:44

한국 증시의 고질병인 윔블던 현상이 최근 들어서는 부동산 시장에서 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윔블던 현상이란 윔블던 테니스 대회에서 주최국인 영국 선수보다 외국인 선수가 더 많이 우승하는 것을 말한다.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는 외국인 소유주가 점점 많아지는 현상을 뜻한다.

올 들어 지난 9월 말까지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외국인 거래는 1만6000건을 넘어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역·용도별로는 강남 지역 아파트 거래가 가장 많았다. 소유주가 한 번도 거주하지 않은 비중이 30%를 넘어 실수요 못지않게 투기 성향도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날로 심해지는 윔블던 현상은 역차별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강하다는 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한국 국민은 숨을 죽이고 있으나 외국인은 비교적 자유롭다. 외국에서 대출받아 자금을 마련하면 국내 금융규제는 무용지물이 된다. 다주택자에 대한 벌칙성 중과도 외국인은 빠져나가기 쉽다. 투자자금 원천별로도 증시와는 다르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유커, 즉 중국인 자금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모든 외국인 부동산 취득금액의 50%에 육박하고 그 다음이 달러계 자금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기타’로 분류되는 검은 머리 외국인 자금과 암호화폐를 통한 신종 환치기 자금이 세 번째로 많다는 점이다.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심해지는 윔블던 현상은 양면성을 갖고 있다. 각종 부동산 서비스 개선, 부동산 제도와 감독기능 선진화, 대외신인도 제고 등의 순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윔블던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국내 증시의 경험을 보면 부작용이 더 크게 우려된다.

가장 큰 위험은 현 정부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듯이 부동산 대책이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국내 부동산 시장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처럼 투기성이 강하면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우리 정부 정책에 비협조적일 때가 많다. 텍스트 마이닝 기법으로 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보면 외국인 순응 계수가 ‘마이너스’로 나온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 경제와 함께 발전하는 공생적 투자가 되지 못하고 국부유출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최근 국제자금 흐름을 주도하는 글로벌 펀드가 벌처펀드형 투자, 적대적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능동적으로 수익을 창출해가는 추세가 강해짐에 따라 종전과 같은 수준의 외국인 비중이라 하더라도 국부에 주는 위협 정도는 더 높다.

주식 등 다른 자산에 비해 자산 효과가 큰 점도 주목해야 한다. 항상소득가설(밀턴 프리드먼)과 생애주기가설(제임스 듀젠베리) 등 소비이론에 따르면 특정 가구는 전 생애에 걸쳐 소비 흐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성향을 갖고 있어 가계 소비지출은 현재 소득과 미래에 기대되는 소득뿐만 아니라 보유자산의 가치 등에 의해 결정된다.

자산 효과는 가계 자산 구성, 금융자산 축적 정도, 주거 형태 등에 따라 차이를 보이긴 하지만 부동산이 주식보다 세 배 이상 크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다. 특히 수익성 이상으로 환금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한국 아파트의 경우 자산 효과가 0.23으로,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추정한 미국 집값의 자산 효과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나온다.

자산 효과가 크면 경기 면에서 정점(peak)을 끌어올리고 저점(trough)을 더 끌어내리는 순응성을 심화시킬 확률이 높다. 경기순환상 진폭이 커지면 이를 반영하는 주가, 금리, 환율 등 각종 금융변수의 변동성이 높아져 정책당국에서는 경제정책을 쉽게 추진하지 못하고 민간은 리스크 관리에 지나친 비용을 부담해 총체적 난맥상에 빠진다.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외국인정책은 우리 국민보다 더 엄격하게 ‘포지티브 시스템’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기주의의 극치에 해당하는 검은 머리 외국인 자금은 철저하게 색출해 규제해야 한다. 뒤늦긴 했지만 최근 한국은행과 관세청이 합심해 외국인 자금의 출처를 파악하기로 한 만큼 희망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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