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무역은 서류와의 싸움이다. 상품 운송과 선적, 대금 결제를 증명하는 문서 없이는 박스 하나도 국경을 넘지 못한다. 지금까지 무역에 필요한 문서를 전달하는 수단은 이메일이나 팩스였다. 문서 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고 정보가 누락되거나 위조되는 일도 있었다. 업계가 내놓은 대안은 블록체인을 활용한 ‘디지털 무역’이다. 문서 사고를 막을 수 있고 기업별 맞춤형 통관 서비스도 가능해진다.
한국무역협회 자회사인 KTNET는 수출입 업무를 온라인으로 자동화하기 위해 1991년 설립된 국가 전자무역 기반 사업자다. 이달 기준 10만여 무역·물류업체에 전자무역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복잡한 수출입 업무의 모든 과정을 전자문서 기반으로 온라인화한 것이다.
전자무역이 도입되면서 무역 유관기관을 방문하지 않고도 서류 작성, 대금결제 등의 업무가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남아 있다. 화물인도 지시서(D/O)를 포함해 수많은 서류가 화주, 포워더(운송주선업체), 운송사, 보세장치장(CFS)에 순차적으로 인편이나 이메일, 팩스로 전달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연간 260만 건의 수입 화물이 수작업 문서 기반으로 처리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 비용만 616억원(송달료 390억원·인건비 226억원)에 달한다.
지금처럼 수입 화주가 자신의 화물 처리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포워더에게 직접 전화하거나, 운전기사 정보를 착각해 화물 오반출이 발생할 일은 없다는 것이 KTNET의 설명이다.
KTNET는 무역 거래 전반에 블록체인 시스템이 적용되면 화물 반출 업무 처리 시간이 기존 1시간에서 10분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송달료와 인건비 등 직접 비용 절감 효과도 연간 571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차영환 KTNET 사장(사진)은 다음 단계로 ‘글로벌 무역물류 전자문서유통 서비스’를 제시했다. 블록체인 서비스 활용처를 해외 물류 업체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KTNET가 30년간 선보인 전자무역 서비스 대상은 대부분 국내 고객이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무역 거래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면 2030년까지 3조달러(약 3538조원)에 이르는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차 사장은 “변화에 신속하게 적응하며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해야만 무역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며 “통관, 물류, 인증·보안 전 분야에서 각 기업에 맞춤형 무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남정민/강경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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