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역사의 미국과 일본 대기업이 잇따라 그룹 해체를 선언했다. 1875년 창업한 일본 기업 도시바, 1886년과 1892년 각각 태동한 존슨앤드존슨(J&J), 제너럴일렉트릭(GE)이다. 빠른 의사 결정이 어려운 경영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룹 쪼개기’에 나서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35년 J&J도 기업 분할
“135년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다.” 엘렉스 고르스키 J&J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2일 그룹을 두 개 사업부로 나누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이렇게 말했다. J&J는 2023년께 제약·의료기기사업부를 남기고 소비자건강 부문을 떼어내는 기업 분할 작업에 들어간다. 혁신 속도를 높이고 사업별 맞춤형 투자에 집중하기 위해서다.대형 제약사가 그룹 분리 계획을 발표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1849년 설립된 화이자는 2019년 소비자건강 부문을 떼어냈다. 영국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도 지난해 그룹을 나눴다.
오랜 기간 투자하며 파이프라인을 가다듬어야 하는 제약사에 스킨케어, 영양제 등 소비자 제품은 단기에 수익을 창출하는 캐시카우다. 10%에 미치지 못하는 성공률에 기대 10년 넘게 장기 투자해야 하는 신약과 달리 헬스케어 제품은 트렌드에 민감하다. 한 바구니에 두 사업부를 담고 균형을 맞춰 시너지를 내기가 쉽지 않다. 제약사들이 앞다퉈 기업 분할에 나선 배경이다.
기업들, 몸집 줄이기 본격화되나
J&J는 이보다 속내가 복잡하다. 제약사업부인 얀센에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등을 토대로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 활석(탈크) 베이비파우더 논란 등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앞서 그룹을 항공 헬스케어 에너지 등으로 나누겠다고 발표한 GE, 인프라 디바이스 반도체사업부 분할을 결정한 일본의 도시바와 비슷하다. 도시바는 2015년, GE는 2019년 나란히 회계 스캔들에 연루된 뒤 기업 평판을 회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J&J는 화이자와 어깨를 나란히 한 세계 최고 제약사다. GE는 과거 세계 경영학의 교과서로 불렸다. 일본 기업으론 첫 그룹 해체에 나서는 도시바는 ‘일본이 무너져도 살아남을 기업’으로 꼽혔다. 몸집이 비대해지자 의사 결정이 느려졌고 이는 결국 성장에 발목을 잡았다. 조직 개편이 그만큼 절실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선 제조 기반 대기업들이 문어발식 확장 시대를 끝내고 ‘몸집 줄이기’ 시대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사흘 간격으로 그룹 분할을 선언한 이들 기업은 산업혁명 후 선진국 경제 기반이 농업에서 공업으로 탈바꿈하던 1800년대 후반 출범했다. 빌 조지 하버드경영대학원 선임연구원은 “(GE 등 그룹 해체는) 대기업의 종말”이라고 평했다.
“IT 대기업 몸집 불리기는 이어질 것”
이런 추세와 달리 정보기술(IT) 대기업의 사업 확대는 계속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뉴욕대 연구팀이 40여 년간 진행된 3만6000건의 인수합병(M&A)을 분석했더니 최근 5년간 미 대기업들의 인수 거래는 오히려 늘었다. 메타(옛 페이스북) 테슬라 아마존 알파벳 등이 주도했다. 과거 기업들과의 차이는 속도전이다. 이들이 자동화 소셜커머스 메타버스 등 이익이 생길 만한 곳으로 발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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