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은 이날 출국 직전 모더나 방문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보스턴에 갈 것 같다”고 했다. 모더나 본사를 방문한다는 얘기다. 이 부회장이 모더나와 비즈니스를 협의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8월 가석방 후 스테판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 등과 화상회의를 하며 모더나 백신의 국내 생산을 협의했다.
이 덕분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외부에서 만든 모더나 백신을 바이알(유리병)에 넣고 포장하는 완제의약품(DP) 공정을 따낼 수 있었고, 한국 정부는 ‘백신 가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인천 송도공장에서 생산한 첫 물량 243만5000회분은 지난달 국내 의료기관에 풀렸다.
이번 방미 때는 위탁생산의 ‘메인 게임’에 해당하는 원료의약품(DS)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원액 생산은 CMO의 꽃이자 마진도 완제공정보다 2~3배 많다. DS도 수주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mRNA 백신을 처음부터 끝까지 생산하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바이오업체가 된다. mRNA가 항암제와 다른 백신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향후 CMO 시장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위상은 한층 더 높아질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런 점을 감안해 내년 상반기까지 송도 3공장에 mRNA 원액 생산라인을 구축하기로 했다. 모더나 원액 CMO를 수주하지 못할 경우 다른 mRNA 백신이나 의약품을 생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업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속도전이 mRNA 원액 생산에서도 재현될지 주목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창립 7년 만인 2018년에 글로벌 CMO 1위(36만4000L)로 올라섰다.
국내 바이오의약품 생태계에도 긍정적인 신호다. 원액 생산 역량을 입증하면 mRNA 의약품 개발을 추진 중인 국내 기업들은 든든한 생산기지를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그간 국내 기업들과는 유틸렉스, 메드팩토, 웰마커바이오 등 면역항암제 위주로 협력해왔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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