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에서 가장 큰 리모델링 추진 단지인 강남구 개포동 ‘대치2단지’가 수직증축을 위한 공개 실험을 한다. 이례적인 공개 실험을 통해 안전성을 입증하겠다는 게 조합 측의 구상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이번 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대치2단지가 송파구 송파동 성지아파트에 이어 두 번째로 수직증축 리모델링 안전성 검토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공개 실험의 핵심은 층수를 올렸을 때 커지는 하중을 보조 말뚝으로 분산해 주는 ‘선재하(preloading) 공법’을 적용한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가능한지 여부를 살펴보는 것이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은 기존 아파트에서 층수를 최대 3개 층 올려 짓는 방식이다. 수평·별동증축 리모델링에 비해 가구 수를 더 많이 늘릴 수 있다. 일반분양을 통해 사업비를 충당하는 게 가능하다는 뜻이다.
다만 까다로운 안전성 검토 과정이 발목을 잡고 있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은 ‘조합설립→1차 안전진단→1차 안전성 검토→건축심의→2차 안전성 검토→사업계획승인→이주 및 철거→2차 안전진단→착공’ 순으로 진행된다. 수평·별동증축이 1차 안전진단만 진행하는 것과 비교해 넘어야 할 단계가 많다.
2차 안전성 검토는 조합이 제출한 용역 보고서를 공공기관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국토안전관리원이 검증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대치2단지 조합 측은 공개 실험 결과를 보고서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전학수 대치2단지 조합장은 “수직증축 리모델링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한국콘크리트학회 등과 함께 실험을 진행하기로 했다”며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국토안전관리원, 대형 시공사 등에 참관을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개 실험을 통해 선재하 공법에 대한 기술적 안전성 등을 꼼꼼하게 살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직증축 설계안을 적용한 강남구 대치동 ‘대치1차현대’는 지난달 2차 안전성 검토 절차를 취하했다. 국토교통부가 지적한 보완 사항 등을 설계에 반영한 뒤 재신청을 검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성남시 분당 정자동 ‘느티마을 3·4단지’는 지난해 2차 안전성 검토에서 탈락한 뒤 증축 방식을 수직에서 수평·별동으로 선회하기도 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관계자는 “성지는 다른 아파트에 비해 지반이 단단한 편이라 신기술을 적용하지 않아도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가능했다”며 “아직 선재하 공법 등 신기술을 적용해 수직증축 리모델링 안전성 검토를 최종 통과한 곳은 한 곳도 없다”고 설명했다.
수직증축 리모델링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국토부 등 정부 기관에서는 검증 기술력 부족 등을 이유로 수직증축 리모델링에 소극적인 입장이다. 이동훈 한국리모델링협회 정책법규위원장은 “재건축 규제에 막힌 아파트들이 리모델링에 도전하고 있지만 막상 사업을 완료한 단지는 손에 꼽을 정도”라며 “신기술을 적극 도입해 수익성이 높은 수직증축 리모델링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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