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은 몰라도 조인 계란을 안 먹어본 사람은 없다.’
조인은 국내 1위 계란 생산·유통회사다. 연간 유통 계란은 9억4000만 개, 주요 고객사는 쿠팡 이마트 마켓컬리 등 대형 유통사들이다.
한재권 회장(70)은 1979년 빈손으로 양계장 사업에 뛰어들어 조인을 국내 1위 계란 유통회사로 키워냈다. 지독한 가난 때문에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농사일을 배웠지만 죽어라 일해도 삶은 제자리걸음이었다. 스무 살 때 무작정 상경해 양계장에 취직했다. 꼬박 10년을 양계장에서 먹고 자며 일했다. 낮엔 닭똥을 치우고, 밤엔 부화장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을 등불 삼아 검정고시 공부를 했다. 10년간 모은 1000만원으로 1979년 서울 내곡동에 작은 양계장을 차렸다.
조인의 무기는 신선함이다. “좋은 계란은 신선한 계란”이라는 게 한 회장의 오랜 지론이다. 지난 40여 년간 전국 농장에서 조달한 계란을 가장 빨리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다. 한 회장이 찾은 방법은 ‘후입선출’. 농가에서 나중에 들어온 계란부터 먼저 유통하는 것이다. 일반적이라고 여겨지는 ‘선입선출’과 반대되는 전략이다. 한 회장은 “닭이 자라는 환경도 중요하지만 맛있는 계란은 무엇보다 신선해야 한다”며 “가장 신선한 달걀을 소비자 식탁으로 먼저 보내는 게 우리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조인이 후입선출 전략을 쓸 수 있는 이유는 체계화된 통합 물류시스템 덕분이다. 전국 농장에서 들어온 계란은 물류센터로 모여 가장 신선한 계란부터 유통된다. 그 과정에서 3일 이상 물류센터에 머문 계란은 구운 계란, 반숙란 등을 만드는 난가공 공장으로 보낸다. 한 회장은 “후입선출은 생산과 물류, 가공 등 계란과 관련한 모든 과정을 완벽하게 체계화했을 때 가능한 전략”이라며 “비용이 더 들어가고, 효율이 떨어지더라도 소비자에게 가장 신선한 계란을 공급하기 위해 이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회장이 책 속에서 찾은 경영 전략은 신용이다. 그는 조인을 “한국에서 가장 돈 잘 주는 회사”라고 자평했다. 계약 농가 등 거래처에 주는 납품 대금을 절대 밀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인터넷뱅킹이 대중화되기 전 조인 재무팀 직원들은 매달 대금 지급 날이면 꼭두새벽부터 출근했다. 은행이 문을 열자마자 돈을 찾아 대금을 지급하기 위해서였다. 한 회장은 “좋은 물건을 공급받으려면 무엇보다 대금을 잘 지급해야 한다”며 “외환위기와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 등 위기를 수없이 겪으면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두터운 신용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40념 넘게 지켜온 ‘정직’은 그가 회사를 운영하는 핵심 가치다. 한 회장은 “먹거리에는 연습이 없다”며 “정직하지 않으면 망한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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