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원장의 취임사를 보면 국가 최고감사기구 책임자로서 역할을 다하겠다는 각오는 분명하다. 법률이 부여한 업무를 직무상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통해 수행하겠다고 했고, 국민의 ‘감사수요와 기대’에 부응하겠다고도 했다. 이대로만 되어도 감사원의 기본 역할을 해내는 게 될 것이다. 다만 부임할 때는 온갖 좋은 말 다 늘어놓고서도 실제 조직 운영과 처신은 딴판인 공직자도 많아 과연 그가 어떤 성과를 낼지는 지켜볼 일이다.
정권 말기가 아니더라도, 원래 감사원은 사회적으로 이목이 집중되는 기관은 아니다. 정치와 행정이 정상이라면 감사원이 공직 바깥의 일반 시민과 자주 부딪치거나 입에 오르내릴 이유도 없다. 감사든, 감찰이든 뒤에서 본연의 역할을 해내는 것만으로 대한민국 공공부문의 정상가동을 이끌어내는 기관이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감사원이 근래 책무를 다해왔는가. 앞으로의 구상도 의미 있겠지만, 최 원장은 이런 문제부터 냉철히 자문해보기 바란다. ‘탈원전 감사’에서의 내부 논란과 외압에 휘둘린 모습이 왜 나타났고, ‘대장동 게이트’가 이 지경이 되기까지 뭘 했나. 대법원장 공관의 손자놀이터 혈세 논란, 독립한 대통령 딸 가족의 장기간 청와대 생활 등이 과연 법적으로 타당한지 판단도 감사원 업무 아닌가. 청와대가 내부 특별감찰관은 임명조차 하지 않은 것을 보면서 ‘LH 불법투기’ 사건이 빚어질 동안 한 게 무엇인가. 한 해 600조원씩 쓰는 예산이 어디로 다 나가는지 따져보는 것도 감사원 일이다. 정부와 거대 여당이 장악한 국회가 한통속이 된 통에 나라살림은 산으로 간 지도 오래다.
직무감찰이든 회계감사든 감사원이 권한이 모자라 일 못 한다고 못 할 것이다. 독립·자율성으로 정치권력에 단호히 맞서고 전문성을 극대화해 가뜩이나 비대해진 공공부문이 정상화되게 해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같은 다른 국가기관도 마찬가지다. ‘복지부동’과 ‘줄서기’가 극성인 정권 교체기여서 최 원장 어깨가 더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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