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배달라이더는 근로자" 법안 발의 논란…플랫폼 업계 '시름'

입력 2021-11-16 10:28   수정 2021-11-16 10:38


플랫폼 종사자는 원칙적으로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전례 없는 법안이 발의돼 논란이 일고 있다. 배달 라이더 등 플랫폼 종사자에게 퇴직금은 물론 각종 수당 전부를 보장해 줘야 한다는 의미다. 라이더 권리를 일정 부분 보호해 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에서도 "너무 과격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플랫폼 종사자 보호지원 법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은 법안 발의 취지에서 "플랫폼 종사자는 개인사업자로 취급돼 노동관계법의 보호로부터 배제돼 왔다"며 "사회적 약자인 플랫폼 종사자의 법적 지위 개선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정법안 내용에 따르면 플랫폼 종사자 자신이 "근로기준법이나 노조법상 근로자"라고 주장하는 경우 해당 법안이 우선 적용된다. 이를 부정하려는 플랫폼 사업자는 자신이 '플랫폼 근로자가 노동자가 아니란'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원칙적으로 근로자로 보고 반대 입증 책임을 사업주에게 넘긴 셈인데, 현행 노동법상 특정 업종 분야 종사자를 근로자로 추정하는 규정은 없다. 사실상 플랫폼 종사자는 법적으로 근로자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렇게 될 경우 퇴직금은 물론,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까지 지급해야 하고 부당해고가 문제되는 기이한 상황이 올 수 있다. 플랫폼 종사자 입장에서도 겸직이 어려워지거나 특정 업체의 지휘·명령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구속을 받게 될 수 있다.

해외 입법을 통틀어 봐도 전례를 찾기 어렵다. 플랫폼 종사자가 근로자라고 '추정'하는 국가는 스페인뿐인데, 그마저도 플랫폼 종사자 전체가 아닌 배달 라이더에 대해서만 추정한다.

이번 여당 제정법안은 플랫폼 종사자들의 근로를 확보해 주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유럽에서도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급진적인 내용이라는 의미다.

미국에서도 가장 진보적인 성향으로 알려진 캘리포니아주는 'AB5법'을 제정해 플랫폼 종사자를 근로자로 추정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주민들이 적극적인 반대로 좌절된 후 법적 다툼이 벌어진 상황이다.

이 법안에 대해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사실상 예전 중국집처럼 배달 기사들을 전부 전속적으로 고용하라는 의미인데 이걸 플랫폼 종사자들조차 원할지 의문"이라며 "법안을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이나 체계가 아무것도 정비 안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노총은 14일 "플랫폼 노동자들도 노동법으로 보호를 받는 노동자여야 한다"며 법안에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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