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원 커피도 카드 긁는데, 2억 넘는 보험은 안 된다고?"

입력 2021-11-16 09:43   수정 2021-11-16 09:44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동네에서 파는 3000원짜리 커피도 신용카드 결제가 되는데, 월 100만원 상당의 보험료를 20년간 납부하는 종신보험 상품은 절대 카드 결제가 안 된답니다. 정말 황당합니다."
보험사들이 신용카드를 통한 보험료 납부를 거부하는 행태를 일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상반기 기준 생명보험사의 보험료 중 카드 납부 비중은 4.5%에 그쳤다. 보험사들이 보험료의 신용카드 결제를 막는 근본적 이유는 카드 수수료 부담이다. 수수료 부담을 원치 않는 보험사와 원가 이상의 수수료 수입을 원하는 카드사 간 샅바싸움에서 가입자의 결제 편의성만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생명보험사 19곳의 전체 수입보험료 16조9169억원 가운데 카드 납부 비중은 4.5%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손해보험사 16곳의 전체 수입보험료 20조996억원 중 카드 납부 비중은 30.5%를 기록했다. 손보사의 경우 카드 결제가 활성화된 자동차보험의 비중이 79.9%로, 보장성보험과 저축성보험은 각각 14.3%, 5.3%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사실상 보험 가입자 대다수가 카드 결제 서비스 이용을 거부당하고 있는 것이다. 보험사들은 대체로 자동차보험이나 실손보험 등에는 카드 결제를 인정하고 있으나, 장기 보장성보험이나 저축성보험에는 카드 결제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카드 결제를 용인하더라도 월 자동결제가 아닌 가입자가 달마다 직접 결제를 요청하는 방식을 요구하는 보험사가 태반이다. 카드 결제를 원하는 가입자에게는 달마다 반복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조건이 달린다는 의미다.

국내 보험사들이 카드 결제를 꺼리는 근본적인 이유는 수수료 부담에 있다. 현재 보험사들은 대형 가맹점 수준의 카드 수수료율인 1.8~2.2%를 적용받고 있다. 보험업계는 전체 보험 상품에 대한 카드 결제가 허용될 경우, 보험료 납부에 따른 수수료 부담이 상당하다는 입장이다. 또 이 같은 문제가 보험사의 사업비 인상을 유발해 전체 가입자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내세우고 있다. 결국 보험료 카드 납부 수수료율이 현재보다 훨씬 낮은 1% 초반대에 형성돼야 결제 수단 확대를 이룰 수 있다는 게 보험업계가 내놓은 전제 조건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료에 카드 결제를 허용할 경우 수수료는 사업비로 전가된다. 보험 가입자의 보험료가 높아질 위험이 있단 의미"라며 "사업비에 무리가 갈 정도의 일방적인 수수료율 책정이 아닌 업권의 특성을 반영한 카드 결제 수수료율 적용이 필요하단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수수료율 2%가 결제 원가 수준의 수수료인 만큼, 이보다 낮은 수수료율 적용은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카드사는 여신전문금융법에 따라 3년마다 '적격비용'을 산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맹점 수수료율을 결정하고 있다. 현행 적격비용 기반 수수료 체계에서 보험사만을 예외로 둬 수수료율을 하향 조정하는 것은 원칙에 어긋난다는 게 업계 측 설명이다.

결국 보험료 카드 결제 문제를 둘러싼 업권 간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형국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이 2017년 '보험료 카드 결제 확대 협의체'를 구성해 수수료 협상을 시도했음에도 진전이 없었던 이유다. 현재 보험료 카드 결제를 법적으로 강제할 근거도 없기에, 뚜렷한 해결안을 내놓기 힘들다는 게 금감원 측 설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각 업권이 원하는 수수료 간 차이가 워낙 큰 상황이기에, 단순한 협상이나 권고 수준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행정부가 일정한 규정을 마련하기 위해선 법률적 근거가 명확해야 하는 만큼, 지금으로선 관련 법안이 국회 문턱을 통과하는 걸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9월 보험료 카드 결제를 의무화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으나 아직 국회 계류 중으로 답보상태다. 법안이 미처리될 여지도 있다. 앞서 20대 국회에서도 박완수 자유한국당 의원,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 등이 같은 취지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결국 보험 가입자 편의성 제고를 위해 보험업권이 보다 적극적으로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전체 상품에 대한 고정된 카드 수수료율 적용이 아닌, 상품별 특성을 토대로 한 수수료율을 설정하고 카드업권과 합리적인 접점을 찾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손해보험연구실장은 "카드 수수료의 경우 가입자 보험료 산출에 영향을 미치는 안건이니만큼, 전체 상품에 동일한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것보다 상품별 특성에 따른 예외 적용이 필요하다"며 "사업비 비중이 작으면서 추후 현금으로 돌려주는 저축성보험은 현실적으로 수수료 적용이 어려운 면이 있으나, 보험료 규모가 큰 종신보험의 경우 적절한 수수료율 적용이 가능한 보험이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실장은 "가입자 편의성 제고 영역이니만큼, 보험업계와 카드업계가 단발적인 수수료율 협의 과정에서 더 나아가 구체적인 검토 과정을 거친 협의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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