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택 매매가격 상승폭이 6개월 만에 처음으로 꺾였다. 정부 관계자들을 비롯한 일부 전문가들은 다양한 지표에서 '고점 신호'가 발견된다고 주장하는 반면, 민간 연구소들은 집값 상승이 계속될 것이라며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16일 한국부동산원의 10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종합 매매가격은 0.88% 상승하며 전월 0.92% 대비 상승폭을 줄였다. 서울 주택 매매가격은 전월 0.72%보다 0.01%포인트 낮은 0.71% 상승에 그치며 지난 4월 이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상승폭이 꺾였다. 연립주택이나 단독주택을 제외하고 서울 아파트만 따지면 0.83% 상승에 그치며 지난 8월 0.92% 이후 2개월 연속 상승폭이 줄었다.
시장에서는 실거래가 하락과 매물 증가 양상도 엿보인다. 국토교통부 ‘수도권 지역 아파트 실거래가 동향’ 자료에 따르면 10월 서울의 아파트 하락 거래 비중은 전월보다 8.2%포인트 늘어난 31.8%를 기록했다.
실제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는 지난 9월 23억7000만원에 거래됐지만, 10월에는 1억1500만원 하락한 22억5500만원에 팔렸다. 구로구 항동 하버라인3단지 전용 59㎡도 지난 9월 8억28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난달에는 7억9000만원까지 실거래가가 낮아졌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은 이달 9일 기준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 매물이 4만3879건으로 전월 대비 6.7% 늘었다고 집계했다. 매물이 늘어나며 KB국민은행의 수도권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주 78.9(4.9포인트 하락)를 기록해 54주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매매수급지수는 기준선인 100보다 낮으면 매수자 우위 상태를 의미한다. 부동산원은 서울 주택 매매가격 하락에 대해 "가계대출 총량규제 영향으로 매수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부에서는 이미 고점론을 내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에서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많이 꺾였다”고 말했다. 지난달 ‘제 32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도 “상승 추세가 이어졌던 주택시장이 최근 주춤하고, 시장심리 변화 조짐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달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주택시장이) 과열 국면에서 벗어나는 흐름이 강해졌다”며 고점론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민간경제연구소들은 내년에도 주택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11월 경제 브리프’에서 “내년에 경기침체 또는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저성장 가능성은 낮다”며 “내년 전국 주택매매가격 상승률은 3.7%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준금리 인상, 대출규제 강화 등으로 올해보다 상승폭이 줄어들겠지만, 하락하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2022년 건설 부동산 경기전망 세미나’에서 “내년 전국과 수도권 매매가격이 각각 2%, 3%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인플레이션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고,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서 등 정치 변수로 변동성이 크다는 설명이 따랐다. 그러면서 "전세가격이 급등하면서 매매가격과 차이를 줄여 갭투자와 기존주택 매매에 대한 유인이 커지는 해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도 미분양 재고가 적고 GTX 등 개발 호재가 많기에 내년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세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책연구소인 국토연구원도 민간경제연구소들과 같이 내년 집값 상승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기재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토연구원은 내년 수도권 집값이 올해보다 5.1%, 지방은 3.5%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주택거래는 수도권과 지방 모두 19%씩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획재정부는 이 자료를 내년 국세 수입 예산안 중 양도소득세 추계에 활용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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