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방영된 SBS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시라소니 역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던 배우 조상구(67)의 근황이 공개됐다.
지난 15일 유튜브 근황올림픽에는 ''야인시대' 최장자 근황 알고 보니 영화 '타이타닉' 번역가'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됐다.
'야인시대' 출연 과정에 대해 조상구는 "7년째 (배우) 일이 없어서 번역만 하고 있을 때다. 나이가 50살인데 당시 3살 깎았다. 이후 '야인시대' 2부에 시라소니 역으로 확정이 됐다고 하더라. 캄캄한 밤중인데 하늘이 노랗게 보였다. 집에 전화했더니 집사람도 울었고 나도 눈물이 났다"고 했다.
그는 시라소니 인기가 치솟으며 여러 작품을 통해 연기를 선보였으나 원치 않았던 반응을 들었다고 했다. 조상구는 "작품을 많이 했는데 어떤 걸 해도 다 묻힌다. 다 '시라소니'라고 한다. '징비록', '장영실'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이후 시력에 이상이 생겨 거동조차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눈이 안 좋아져서 운전도 못 했다. 계단도 못 올라갔다. 아무리 뜨려고 해도 내 의지로 되지 않았다. 그런지 4년 됐는데 지금은 이렇게 다니는 데 큰 지장은 없다. 병명은 안 나온다. 정신적인 거 아니겠느냐. 다 번역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상구는 연기자이기 앞서 번역가였다. 지독한 가난 때문에 번역 일을 시작했다고 밝힌 그는 대작 외화 '타이타닉', '제5원소' 등 1400여 편의 작품을 번역했다.
그는 "번역할 때 한 대사를 20번 정도 리와인드(되감기) 한다. 그때마다 영상에 노이즈가 생기는데 눈에 무리가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사회에 나온 게 88년쯤인데 결혼하고 돈 1원 한 푼 없을 때다. 배우 하면서 세차장, 막노동 나갔다. '타이타닉' 번역해도 얼마 안 됐다. (번역으로) 가장 많이 받은 금액이 250만 원이다. '야인시대' 하면서 먹고살게 되니까 번역 안 해야겠다고 했다. 지겨웠다"고 말했다.
그 사이 손가락 절단 사고도 겪었다며 "봉고차에서 어르신이 내려서 문을 잡고 있었는데 다른 어르신이 다 내린 줄 알고 문을 닫았다. 손가락이 잘렸다고는 상상도 못 했다. 떨어진 손가락을 얼른 주워서 붙였다. 이렇게 멀쩡하게 있다는 게 감사하다"고 했다.
조상구는 '야인시대'에 함께 출연한 장세진과 유튜브 도전에 나섰다. 그는 "삶이라는 게 원래 힘들다. 힘든 시기 잘 견뎌냈으면 좋겠다"고 팬들에게 인사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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