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통령선거 후보가 무주공산이 된 2030 세대를 겨냥해 '현금성 공약'을 내놓았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임기 내 청년 기본소득 연 200만원, 기본대출 1000만원 등을 공약했습니다. 이 후보가 언급한 청년 기본소득 대상인 19~29세 청년은 약 700만명인데요. 이들에게 연간 200만원씩 지급하기 위해서는 14조원의 예산이 필요합니다. 이는 강원(8조원), 충북(6조원) 등 광역 지방자치단체의 내년도 예산보다 많습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공약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윤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저소득층 청년에게 월 50만원씩 최장 8개월간 '청년도약보장금'을 지원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인당 최대 400만원에 달하는 돈입니다. 저소득층 청년이 어느 정도인지는 제시하지 않았지만,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윤 후보는 또 연간 250만원 한도 금액을 국가가 보조하는 청년도약계좌 도입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예산 규모와 재원 조달 방안 등은 내놓지 않았습니다.
여야 후보가 선거를 앞두고 청년층의 환심을 사기 위해 막대한 세금이 동원되는 현금성 지원책을 내놓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당장 현금을 손에 쥐여준다면 마다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일자리 부족이나 기성세대의 기득권 문제 등 청년 세대가 처한 근본적 어려움을 외면한 채 '비위 맞추기'식 공약만 제시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더구나 훗날 청년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갚아야 할 돈으로 말입니다.
여야 후보의 공약이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길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이 후보는 기본주택 100만호 공급을 약속하면서 청년에게 일부를 우선 배정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를 두고서는 '무주택 장년층'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청년기본법상 청년은 19세 이상~34세 이하까진데, 이 후보 공약대로 29세까지 기본소득을 지원한다면 기준에서 배제된 이들이 문제로 삼을 수 있습니다.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역시 이 후보와 윤 후보가 ‘판박이’로 선보였습니다. 이 후보는 “여가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조정을 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습니다.
윤 후보 역시 여가부를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고 관련 업무와 예산을 재조정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윤 후보는 “여가부가 양성평등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홍보 등으로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를 두고 2030 남성의 표심을 공략했다는 해석이 나왔는데요. 일각에서는 여가부의 역할에 대한 평가와 기능 재조정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선 후보가 젠더 갈등을 해소하는 게 아닌 이용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이 후보와 윤 후보의 비전과 철학은 전혀 다릅니다. 하지만 유독 청년 공약 만큼은 두 후보 간 차이를 보이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청년 세대가 처한 현실에 대한 진단이 같을 수밖에 없는 걸까요? 아니면 깊이 있는 고민 없이 관성적으로 내놓은 술책일까요? 이들 공약이 정말 청년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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