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경매에서는 조선 백자와 병풍·서화, 목가구를 아우르는 명품 182점이 경매장에서 새 주인을 찾는다. 경매에 앞서 17~20일에는 프리뷰 전시를 통해 경매 출품작을 선보인다. 이와 별도로 협회 회원들이 출품한 애장품 300여 점도 같은 기간 일반에 전시·판매된다.
협회가 해마다 의례적으로 치르던 고미술 전시 대신 회원 애장품 경매전을 여는 건 고미술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서다. 양의숙 한국고미술협회 회장은 “고미술은 우리 민족 미감의 원형을 담은 한국 미술의 뿌리”라며 “세계가 한국 문화·콘텐츠에 매료되고 있는 지금, 고미술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축하 인사를 통해 “다양한 명품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만으로도 큰 볼거리”라며 “고미술계에 활기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출품작 중에서는 조선 말기 제작된 목가구인 ‘주칠나전투각 탁자장’이 주목할 만하다. 왕실과 관청의 수요품을 생산하는 경공장(京工匠)에서 만든 나전칠기 가구다. 나전과 주칠을 사용한 고급스러운 마감, 정교한 문양 등을 감안하면 고위 계층을 위해 주문 제작된 작품으로 추정된다. 추정가는 4500만~7000만원.
조선 왕이 내린 군사 명령서나 임명서 등 문서를 보관했던 ‘주칠유서통’도 경매에 나왔다. 큰 나무를 통으로 사용해 팔각으로 만들고 붉은 칠을 한 뒤 뚜껑에는 왕실의 상징인 용을 조각했다.
전시장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명품 도자기들의 아름다움도 만끽할 수 있다. 눈처럼 흰 색과 둥근 형태가 보름달을 닮은 높이 34㎝의 백자호는 추정가 6000만~1억2000만원에 출품됐다. 비뚤어진 곡선이 주는 부정형의 멋이 특히 두드러지는 달항아리다. 이우환의 추상화 작품을 연상시키는 백자철화화문병(추정가 1800만~3500만원)과 독특한 미학이 돋보이는 분청자철화삼엽문장군(1500만~3000만원)도 빼놓을 수 없는 출품작이다.
고미술을 사랑하는 각계 명사들은 응찰가 0원부터 시작하는 무가경매(제로베이스 경매) 행사에 애장품 10여 점을 출품했다. 유 전 청장이 직접 그린 부채 두 점, 원로 배우 강부자와 성우 배한성이 각각 출품한 조선시대 백자청화 도자가 눈에 띈다. 김형국 가나문화재단 이사장이 출품한 조선시대 나무재떨이, 김종춘 전 한국고미술협회 회장이 출품한 고려청자 병도 주목할 만하다. 협회는 수익금 일부를 문화재 보호단체에 기부해 문화재 보호에 쓰이도록 할 계획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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