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이 지난 지금 SK는 제약사들의 중심 무대인 미국에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생산을 맡을 후보로 떠올랐다. 16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SK는 자회사 SK팜테코의 미국 법인을 통해 미국 화이자와 머크(MSD)가 각각 개발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의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2025년까지 유전자·세포치료제 CMO 시장에서 세계 5대 기업 반열에 오르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SK는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동훈 SK㈜ 바이오투자센터장은 “기밀유지 조항 때문에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초기 제형 개발 단계부터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전자·세포치료제는 세포 유전자를 개량해 암, 유전병 등을 치료하는 데 쓰는 개인 맞춤형 치료제다. 혈액암을 완치하며 ‘꿈의 항암제’로 불렸던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가 대표적이다. 미국, 유럽에서 개발 중인 바이오의약품의 절반이 유전자·세포치료제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딜로이트에 따르면 유전자·세포치료제 시장은 2025년까지 연평균 25% 성장해 항체치료제 시장을 제치고 바이오의약품 중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SK가 CBM을 점찍은 건 공정 개발, 원료 및 완제의약품 생산 등 유전자·세포치료제 생산의 모든 과정을 처리할 수 있어서다. 유전자·세포치료제는 핵심 원료인 플라스미드 DNA와 이 DNA를 탑재하는 바이러스 전달체 등이 필요해 생산이 까다롭다. CBM이 미국 필라델피아 바이오클러스터 셀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셀리콘밸리에는 100여 개 대학병원, 1700여 개 제약사가 몰려 있다.
이에 맞춰 CBM의 생산 능력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2025년까지 6만5000㎡ 규모 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생산 설비를 구축할 예정이다. 단일 부지로는 세계 최대 규모 유전자·세포치료제 생산 공장이 된다. 2000명의 추가 직원 채용 계획도 세워뒀다.
항체치료제가 아니라 유전자·세포치료제에 승부수를 던지는 데엔 장기적인 안목에서 다음 먹거리를 찾겠다는 그룹 차원의 복안이 담겨 있다. 항체치료제 CMO 사업은 인도·중국 기업 등이 참여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반면 유전자·세포치료제는 CMO 시장이 이제 형성되는 단계다. 스위스 론자, 미국 카탈란트와 서모피셔 등이 두각을 나타내는 정도다. 4년 안에 이들 기업과 비슷한 규모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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