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들이 ‘프리미엄 가전 공세’를 매섭게 펼치면서 가전 시장에 큰 변화가 생기고 있다. 백화점 대형가전 매출은 최근 연 30% 증가세를 보이며 가전 시장을 양분해 온 양판점(하이마트·전자랜드)과 전문점(삼성디지털플라자·LG베스트샵)을 위협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대형가전 매출도 3분기까지 증가율이 49.5%에 달한다. 전년 동기(35.7%)를 넘어 처음으로 40%대 증가율에 진입한 것이다. 업계에선 올해 백화점 판매 비중이 20%대까지 치솟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롯데백화점도 같은 기간 매출이 38.9% 증가했다.
백화점 내 대형가전 매출 급증세는 제조사의 프리미엄 전략과 명품 상품군에 버금가는 대형 품목을 찾는 백화점의 ‘포스트 명품’ 전략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우선 비스포크(삼성전자)·오브제(LG전자) 등 가전 제조사들의 고급 브랜드 경쟁이 백화점 판매에 불을 붙였다. 냉장고 한 대에 500만원부터 시작하는 고급 브랜드를 팔기 위해 가전 제조사들은 구매력 있는 고객이 몰리는 백화점을 주목하며 프로모션을 펼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 7개 품목을 사면 2개는 공짜로 가져갈 수 있는 정도의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트 명품’ 상품군을 찾고 있는 백화점들은 1인당 많게는 수천만원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프리미엄 가전 시장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기존 매장 면적을 세 배 이상 확장한 프리미엄 스토어를 전국 점포에 깔며 가전 소비계층을 공략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서울 압구정 본점과 울산 동구를 제외한 전 점포를 프리미엄 스토어로 전환했다. 롯데백화점은 롯데하이마트가 들어선 경기 안산점을 제외한 전국 모든 점포를 프리미엄화했다.
백화점들은 구매 금액의 10%를 백화점 상품권으로 돌려주는 파격 프로모션까지 벌이며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객단가가 큰 가전 시장을 잡기 위해 백화점끼리도 경쟁이 붙었다”고 전했다. 현대백화점의 대형가전 객단가 증가율은 2019년 10.1%, 2020년 11.4%에 이어 올해 현재 25.7%로 치솟았다.
양판점들은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자체 브랜드(PB)인 하이메이드를 키우면서 1~2인 가구를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18개 점포를 축소한 데 이어 올해 22개 점포 문을 닫으면서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전자랜드도 온라인몰에서 골프용품 등을 판매하며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한 가전 양판점 관계자는 “가전 제조사들이 프리미엄 전략을 쓰면서 백화점이 양판점에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유통사들은 제조사 전략에 맞출 수밖에 없어 고민이 깊다”고 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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