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후보도 그제 내년도 지역화폐 관련 예산이 줄어든 데 대해 “만행에 가깝다”며 홍 부총리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여당의 이런 반응은 거의 협박 수준으로, 행정부를 선거지원용 하수인 정도로 여기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헌법상 정부의 권한인 예산편성권을 무시하고 관권선거 시비까지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뿐만 아니다. 여당은 기본대출과 기본주택 등 이 후보의 다른 공약 실현을 위한 예산 반영과 입법화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 후보 캠프 선대위원장을 지낸 우원식 의원은 “정기국회에서 이재명의 열쇳말을 대표하는 정책, 예산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했다. 나라살림을 선거 득표 수단으로 삼겠다고 노골적으로 선언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여당은 세수가 예상보다 초과했다고 해서 전 국민에게 막 나눠줘도 되는 것처럼 여기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작년 대비 세입이 50조원가량 더 늘어난다고 해도 올해 수입보다 지출이 70조원이나 많이 편성된 적자 예산을 메꾸기도 모자란다. 그나마 31조원은 2차 추경을 하면서 미리 써버렸다. 이미 적자인 상황에서 세입이 더 늘어난다고 해도 지방교부세·교육교부금과 나랏빚을 갚는 데 우선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아무리 여당 대선 후보 요구라 해도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대해 경제부총리뿐만 아니라 여당 출신 총리와 행정안전부 장관까지 반대하는 것도 이런 나라곳간 형편 때문이다. 그런데도 여당은 법적으로 힘든 ‘납세 유예’라는 꼼수까지 꺼내면서 기어이 대선용 현금 살포를 하겠다고 한다. 정부라도 여당의 폭주를 막아내야 한다. 여당이 기고만장하는 것은 ‘곳간지기 의무를 다하겠다’고 해놓고 매번 후퇴한 기재부의 책임도 크다. 이번에도 그런다면 대통령의 ‘선거중립’ 약속은 헛구호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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