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천슬라' 고지에 올랐다. 반면 국내 대표 자동차주인 현대차와 기아의 주가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현대차와 기아의 영업 실적 개선과 동반한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 대한 투자 확대가 기업가치 개선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현대차는 전 거래일 대비 2500원(1.20%) 내린 20만6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기아는 전 거래일 대비 2300원(2.66%) 하락한 8만4200원을 기록했다.
올해 초 현대차와 기아는 애플카 협업 기대감에 종가기준 각각 26만7500원, 10만1500원까지 주가가 오르기도 했으나 최근 한 달간 주가는 각각 1.2%, 0.12% 하락했다.
반면 간밤 뉴욕증시에서 테슬라는 전 거래일 대비 41.34달러(4.08%) 오른 1054.7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일론 머스트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분 매도에 나서면서 주가가 흔들리기도 했지만 한 달 사이에 주가는 약 22% 상승했다.
자동차 산업은 현재 전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는 가장 뜨거운 산업중 하나다. 지난 1년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세계지수의 자동차 주가 지수는 글로벌 전체 시장 지수 대비 79% 초과 수익을 실현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자동차 산업 주가 지수의 상승 동력이 기존 자동차 산업의 업체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초과 수익 실현은 오롯이 테슬라를 비롯한 새로운 자동차 산업 주역들이 만들어낸 성과다. 전체 자동차 산업 시가총액 가운데 테슬라의 비중은 40%를 돌파했다.
시장의 관심은 일차원적으로 배터리전기차(BEV),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자율주행 지원 BEV 업체에 집중되고 있다. 테슬라는 이미 기존 자동차 업체들의 합산 시가총액을 추월했고 새롭게 부상 중인 루시드(Lucid), 리비안(Rivian), 니오(Nio), 샤오펑(Xpeng) 등도 기존 전통 자동차 업체들의 개별 시가총액을 상회하고 있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높은 성장 기대감이 반영 중인 자동차 업체들과 오랜 성장 정체에 지친 지루한 자동차 업체로 이원화되고 있다"며 "새로운 가치를 부여받고 있는 새로운 자동차 업체들의 등장으로 기존 자동차 업체들의 평가에도 변화가 야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현대차와 기아의 글로벌 재고는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로 역대 최저 수준을 경신 중이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과 올해 반도체 부족까지 이어지며 글로벌 자동차 생산 판매 불균형이 가속되고 있다.
다행히도 최근 글로벌 완성차 및 반도체업계는 반도체 공급이 확대되기 시작했다고 언급하고 있다. 대부분 올해 9~10월에 들어서며 계단식 회복 기조를 확인했으며 내년 중 완연한 생산 정상화가 기대된다.
내년 현대차와 기아의 글로벌 판매(중국 제외)는 각각 7%, 8% 증가한 375만대, 269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의 회복이 예상되며 신공장 가동이 추가된 기아는 역대 최대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BEV 전용 플랫폼 개발과 더불어 공격적인 BEV 판매 전략을 공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BEV 시장점유율은 경쟁력 높은 모델의 출시를 통해 지난 5년간 우상향해왔다. e-GMP 기반 신규 BEV 모델 출시가 더해지고 BEV 시장 확대가 이어지며 절대 판매량은 지속 상승 중이다.
그러나 경쟁업체들의 준비가 빨라지고 있으며 더 많은 BEV 모델이 시장에 출하되고 있다. 선도 기업들과 후발 기업들 모두 모빌리티시장에 대한 공격적 대응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는 지금, 기술 진전 및 협력 강화와 이를 위한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초 현대차그룹은 모빌리티 시장에 대한 중장기 대응전략을 구체화해 공개할 예정이다. 모빌리티 시장의 부상이 만들어낼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를 만들어내는 전략의 등장은 변화하고 있는가치평가 프레임 환경 속 기업 가치 개선 근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사업구조 전환기에 놓여있다"며 "향후 산업 패러다임 변화 과정에서 사업구조 전환에 성공적인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이 구분되며 장기 밸류에이션 및 실적 전망 차별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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