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택지 개발 수익, 국민에게 나눠준다면? [더 머니이스트-최원철의 미래집]

입력 2021-11-19 07:36   수정 2021-11-19 09:32


최근 성남 대장동 사업에서 일부 민간사업자가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이런 일의 재발을 막자며 다양한 의견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택지를 개발하며 수익이 발생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겁니다. 수익이 발생하는 자체를 막을 것이 아니라면, 택지개발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가도록 하는게 어떨까요.

다만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엄청난 수익이 발생했다는 게 문제일까요 수익을 일부 사업자가 독식했다는 게 문제일까요.

그간 공공택지는 추첨을 통해 주택건설사업자에게 공급됐습니다. 그러다 일부 사업자가 편법을 동원해 많은 토지를 독점하는 일이 발생하면 관리를 강화해 문제를 막아왔습니다.

어떻게 관리를 강화하더라도 공공택지를 저렴하게 낙찰받은 회사들이 큰 수익을 얻는 구조는 바뀌지 않습니다. 공공택지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싼 아파트를 분양받아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나마 분양가를 낮추고자 도입됐던 분양가상한제는 '로또분양'을 막는다는 이유로 완화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결국 소비자는 더 비싸게 아파트를 사고 주택건설사업자는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게 될겁니다.

발상을 약간 바꿔 소수 주택건설사업자가 차지하던 이익을 다수의 국민에게 돌아가도록 한다면 어떨까요. 상장 공모 리츠라는 게 있습니다. 투자자의 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고, 그 수익을 배당으로 돌려주는 리츠 상품을 증시에 상장해 일반 주식처럼 사고 팔 수 있도록 만든 것입니다.

국토부는 2019년 상장 공모 리츠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규제 완화에 나섰고, 그 결과 올해까지 상장된 공모 리츠가 15개에 달합니다. 이미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는 이지스레지던스리츠가 대표적입니다. 상장 공모 리츠는 반기에 한 번씩 배당을 하고, 배당률도 5~10% 수준이어서 많은 관심을 받습니다.

부동산을 기반으로 하는 리츠는 국민들이 사는 주식이나 펀드를 통해 자금을 모읍니다. 즉, 거의 모든 자금이 많은 국민들의 투자로 이루어지는 겁니다. 그래서 '커피 한 잔 가격으로 부동산을 사자'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지난해부터 주식에 투자하는 국민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너도나도 뛰어드니 '주린이(주식을 처음 하는 어린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였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주식 시장에 참여하는 이 시점에 공공택지 개발을 공모리츠에 맡기면 어떻게 될까요.

공공택지 분양 시 50% 이상을 조성원가로 공모 리츠에 우선 공급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공모 리츠는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한 건설회사에게 시공을 맡겨 분양수익을 늘릴 겁니다. 하지만 이 분양수익은 소수가 독점하지 않습니다. 공모리츠에 투자한 개인과 펀드에게 돌아갑니다.

민관공동사업의 경우에도 민간이 공모 리츠로 참여토록 유도하면 1~2개 회사가 수익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습니다. 특히 토지소유자에 대해서도 리츠 현물출자나 주식 우선매수권을 부여해 개발이익을 배당받도록 배려하면, 토지소유자의 박탈감을 최소화시켜 더욱 원활한 토지 수용이 가능해질 겁니다.

재개발이나 재건축에서도 상장 공모 리츠를 활용하면 수익의 대부분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고, 리츠 주식을 보유한 분들은 안정적인 배당을 받아 다른 곳으로 투자를 늘릴 수 있을 겁니다.

공공임대주택의 경우에도 상장 공모 리츠를 활용해 입주자들이 매년 주택에 대한 주식을 적립하도록 한다면 안정적인 내 집 마련이 가능합니다. 임대주택 시장도 빠른 속도로 안정시킬 수 있습니다.

이미 선진국 대부분의 부동산 시장에서는 상장 공모 리츠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일부 개인이나 법인이 엄청난 이익을 독차지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덕분에 주택 가격이 폭등해도 투기 열풍이 없고 시장이 안정되어 있습니다.

물론 상장 공모 리츠 이외에도 주택저당증권(MBS)을 활용한 주택공급도 검토해야 합니다. 하지만 빠른 시일 내에 시장을 안정시킬려면 이미 제도화된 상장 공모 리츠를 활용하는 것이 더 유용합니다. 지금이 선진적인 주택금융 시장을 과감하게 도입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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