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가계대출 금리-저축성수신 금리)는 9월 말 2.14%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2010년 10월(2.22%포인트) 후 약 11년 만의 최대치다.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가 더 높아졌다는 의미다.
이는 정부가 은행에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를 당부하면서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높이고 우대금리를 없앤 영향이다. 은행권의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된다. 이 기준금리는 대출의 기준이 되는 수치로, 은행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반영된다. 가산금리는 은행들이 대출 관리 비용과 업무 원가 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실제로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 12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 연동)는 연 3.31∼4.839%를 기록했다. 상단과 하단이 모두 5개월여새 1%포인트 가까이 오른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는 농협이 막히면서 수요가 폭발했는데, 대출 총량은 줄이되 은행 창구는 막지말라는 정부 방침에 가산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었다"며 "반면 예금금리는 수요나 공급이 크게 바뀐 게 없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의 대출금리가 대폭 상승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은 폭발하고 있다. 지난 5일 "가계대출 관리를 명목으로 진행되는 은행의 가산금리 폭리를 막아주세요"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1만4000명 이상이 동의했다. 청원자는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은행들이 '대출의 희소성'을 무기로 가산금리를 높이고 우대금리를 없애면서 지나치게 많은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청원자는 '잔금 대출 이자의 터무니 없는 상승을 막아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2019년 6월 이율 2%대로 중도금 대출을 받았는데 최근 중도금 상환 및 잔금 대출을 하려니 이율이 4%라고 한다"며 "지금이 그때보다 기준금리(코픽스·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지표금리)가 낮은데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예대금리차가 당분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시장에선 한국은행이 이번달 기준금리를 올리고, 내년에도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대출 금리가 올라가고 있는 게 사실이고, 기준금리 변동에 따라 (예대마진이 더 확대되는) 그런 경향이 나타날 것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이같이 벌어진 예대금리차에 대해선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전날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출금리 상승세가 너무 빠르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 어렵다"며 "최근 정부는 과도한 부채 증가로 가계부채 증가를 관리하고 있고, 금융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금 같은 정책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에 가계부채 관리 강화로 은행들이 특수를 누리는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은행업은 대출금리 인상과 대출규제 강화, 비대면 채널 규제 강화 등으로 부채 구조조정의 수혜를 볼 전망"이라며 "공급자 시장으로 전환되면서 대손비용, 조달비용 등 증가한 비용을 가격(금리, 수수료)에 전가가 용이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기조가 유지되면서 내년 은행들이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기준금리 인상 및 시장금리 상승을 바탕으로 순이자마진(NIM) 개선이 전망되는데다, 가계대출 증가율은 낮아지겠지만 기업대출이 견고한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돼서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 가계대출 성장률은 올해 5~6%에서 내년 4~5%로 소폭 둔화되겠지만, 수익성을 훼손하는 역성장이 나타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기업대출은 7%대 견고한 성장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정 연구원은 4대 은행계 금융지주의 내년 합산 지배순이익은 14조8000억원으로 올해보다 4.1%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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