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지말걸"…투자자들 후회하게 만든 공모주 TOP5

입력 2021-11-18 05:50   수정 2021-11-18 14:17

'대어(大魚)'는 대어였다. 상장 전에만 관심이 높지 않은 주식들 얘기다. 기업공개(IPO) 시장이 정점을 지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와 올 들어 상장한 대어들이 지금 증시에서도 여전히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작년 10월 15일 상장한 하이브(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대표적이다. 하이브는 17일 42만원을 돌파했다. 공모가(13만5000원)보다 3배 이상 뛰었다. 하이브보다 한달 앞서 상장한 카카오게임즈도 이날 11만6000원까지 올랐다. 공모가(2만4000원)의 4배를 넘어선다. '따상상'에 주식을 팔고 좋아했던 투자자들은 씁쓸한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올해 상장한 기업들 중에서도 상장 후에도 주가가 10배 이상으로 치솟은 사례가 여럿 등장했다. 메타버스 열풍 덕을 톡톡이 보고 있는 회사들이 대부분이다. 이 중에서도 주가가 가장 많이 뛴 회사는 영상 시각효과(VFX) 전문기업 자이언트스텝이다. 지난 3월 24일 공모가 1만1000원에 상장한 이 주식은 약 8개월 뒤인 이날 17만2000원까지 올랐다. 공모가 대비 수익율은 1464%에 달한다. 시가총액도 1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이 주식은 지난달부터 꾸준히 상승세를 탔다. 회사가 보유한 VFX 기술이 메타버스를 구현하는데 필수적이라고 알려진 덕분이다. 자이언트스텝은 인공지능(AI) 기반의 '버추얼 휴먼'(가상인간) 솔루션 기술을 적용해 네이버 나우의 XR콘서트, SM엔터의 걸그룹 에스파, 스마일게이트의 버추얼휴먼 한유아 등 다양한 메타버스 콘텐츠를 선보였다. 국내외 TV 광고 및 뉴미디어 분야 영상물, 영화 부문의 특수효과 제작 뿐만 아니라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인터랙티브 디자인, 홀로그램 등 메타버스와 관련한 실감형 뉴미디어 콘텐츠로 사업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주가가 너무 뛰자 기업가치 대비 주가가 과도한 수준으로 높아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자이언트스텝의 3분기 누적 매출액은 221억원, 영업손실은 21억원이다. 올해 예상 실적 기준 주가매출비율(PSR)은 50배에 육박한다.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 기업인 로블록스(약 16배)보다 훨씬 고평가돼 있다.

자이언트스텝 다음으로 주가 상승률이 높은 공모 기업은 AR 전문기업 맥스트다. 지난 7월 1만5000원의 공모가로 상장한 이 회사 주식은 이날 9만9500원을 찍었다. 상장 후 '따상상상'을 기록했을 때의 주가를 이미 넘어섰다. 공모가 대비 수익률은 563%다.

이 회사 역시 메타버스의 핵심기술인 AR 원천기술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주가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AR 기술에 AI 기술을 결합해 현실 기반 메타버스를 구현할 수 있는 'VPS' 기술을 상용화한 회사로 대기업에 구축형 AR 솔루션을, 중소기업에는 구독형 AR 솔루션을 팔아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매출 20억원, 영업손실 25억원이었다. 증권가는 맥스트의 올해 매출을 약 8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달성한다고 해도 주가매출비율(PSR)은 100배에 달한다. "'야수의 심장'을 가진 자만이 매수할 수 있다"는 종목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다른 메타버스 관련 공모주로는 스팩(기업인수목적) 합병을 통해 증시에 입성한 엔피가 있다. 삼성스팩2호와 합병을 통해 지난 8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회사다. 광고 콘텐츠 기획사로 위지윅스튜디오의 자회사다. 합병 전 주가는 약 3000원대였으나, 이날 2만원 대까지 오르면서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2000원에 스팩주를 받은 공모주 투자자가 계속 주식을 갖고 있다면 약 10배의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엔피는 앞서 언급한 두 회사와 달리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실적은 매출 226억원, 영업이익 37억원이었다. 지난해 35억원 매출을 낸 XR콘텐츠를 앞세워 관련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매출은 280억원, 영업이익은 약 50억원으로 전망된다. 시가총액은 약 7500억원 대다.

이밖에 나노씨엠에스, 씨이랩 등이 상장 후 6개월 뒤 주가가 3배 이상 올랐다. 나노소재 개발 기업인 나노씨엠에스는 공모가가 2만원이었으나 지난 8월 코로나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램프를 양산한다는 소식에 주가가 최고 11만원 대까지 급등했다. 지난 2월 공모가 3만5000원에 상장한 빅데이터기업 씨이랩은 지난 8월 주가가 15만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주당 1주의 무상증자를 단행해 17일 주가는 5만원 대다.

올해 상장한 대어들 중 '장투' 수익률이 높았던 종목으로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있다. 이 회사는 코로나19 백신 기대감으로 상장 5개월 뒤 주가가 최고점을 찍었다. 지난 3월 공모가 6만5000원에 상장한 이 회사는 7월까지 15~16만원 대를 유지하다 8월 들어 주가가 급등했다. 8월 23일 주가 30만원대를 돌파했고 최고 36만2000원까지 치솟았다.

이런 종목들은 공모주도 장기 투자시 훨씬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상장 직후 매도에 익숙한 공모주 투자자들이 주식을 장기간 보유하기는 쉽지 않다. 향후 주가가 오를 것이란 보장은 물론 없다. 하나금융투자가 2015~2020년 6년간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코넥스시장에 공모를 통해 상장한 기업 564곳의 주가 움직임을 분석한 결과, 상장 직후 5일 간 수익률이 30%로 가장 좋았다는 분석도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호재가 분명하거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기업들은 상장 직후 공모주를 매도해 차익을 실현한 뒤 재진입하라고 조언한다. 이같은 전략을 적용하려면 공모가에 대한 기준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한 투자운용사 관계자는 "공모주 투자자들이 자주 범하는 오류는 주가를 공모가와 비교해 높다고 생각하고 추가 매수 타이밍을 놓치는 데 있다"며 "실적이 탄탄하고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업들은 공모가의 서너배 이상 주가가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하고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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