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1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위원회 회의 운영 및 사건절차 등에 관한 규칙(사건절차규칙)' 개정안을 공개하고 다음달 7일까지 행정예고한다고 밝혔다.
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 대해 심판 기능을 수행하는 공정위는 사업자의 위법행위를 심의·의결하기 위해 전원회의 혹은 소회의를 운영한다. 공정위 위원 9명이 모두 심결 과정에 참여하는 전원회의는 주로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건이나 중대한 경제범죄 행위를 다룬다. 전원회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사건은 공정위 위원 3명으로 구성된 소회의에서 위법성을 판단한다.
현행 규정상 소회의 사건 중에서 사업자가 행위 사실을 인정하고 위법 행위에 대한 공정위 심사관의 조치 의견을 수락하는 경우 서면으로 심리를 진행하는 약식절차가 적용돼왔다. 다만 법 위반 행위에 대해 과징금 부과가 필요하거나 고발이 필요하다고 심사관이 판단하는 경우 약식절차를 진행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절차규칙 개정에 따라 소회의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사건이라도 예상되는 과징금 총액이 1억원 이하의 소액이라면 공정위는 사업자의 동의 하에 약식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사업자가 동의해서 사업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가 결정되면 공정위 소회의는 원칙상 부과될 예정이던 과징금의 10%를 감경해준다. 반면 사업자가 소액의 과징금이라도 서면심리를 받아들이지 않고 구술심리가 진행되기를 원한다면 공정위 위원 앞에서 정식 절차에 따라 법리를 다툴 수 있지만 과징금 부과가 결정될 경우 10%의 과징금 감경이 이뤄지지 않는다.
이번 사건절차규칙 개정안엔 공정위가 심의 절차를 진행할 때 공정위 이외의 정부 부처나 지방자치단체 등 국가기관이 자유롭게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지금까지는 공정위가 특정한 사건을 심의할 때 참고인으로 지정된 관계 행정기관이 공정위 심의에 참여해 의견을 진술할 수는 있었지만, 공정위나 사건 당사자의 신청 없이 서면으로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었다. 이에 공정위가 다른 정부기관과 밀접한 이해관계가 있는 사건을 처리할 때 타 기관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특히 공정위가 최근 해운업계의 운임 담합행위에 대한 제재 절차에 착수한 이후 해운업 발전에 공을 들이고 있는 해양수산부와 갈등이 불거지면서 이 같은 공식적인 의견수렴 절차의 필요성이 크게 대두됐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절차규칙 개정안을 통해 국가기관 및 지자체가 공정위 사건 처리 과정에 고려돼야 할 정책적 의견이 있는 경우 자유롭게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마련된 만큼 향후 절차적 엄밀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했다. 공정위는 의견수렴을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건 등에 대해선 관계 국가기관이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더라도 공정위가 직권으로 관계 행정기관에 의견제출을 요청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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