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5의 아버지’ 피터 슈라이어 현대자동차그룹 디자인경영 담당 사장(사진)의 삶과 디자인 철학을 다룬 책 《디자인 너머》(윌북)가 이달 25일 국내에 출간된다. 그가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되기까지의 경험과 비전, 디자인 철학 및 작품의 의미를 여러 인터뷰, 다양한 시각 자료를 바탕으로 다채롭게 풀어낸다. 독일 게슈탈텐 출판사가 기획하고 쓴 이 책은 지난달 해외에서 《Roots and Wings》라는 제목으로 먼저 출간됐다.
1953년 알프스 산자락인 독일 바트라이헨할에서 태어난 슈라이어는 뮌헨응용과학대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하고 1978년 아우디에 입사했다. 이후 30여 년 동안 아우디와 폭스바겐에서 자동차 디자이너로 아우디TT, 뉴비틀, 골프4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명장 반열에 올랐다.
그에게 2006년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당시 기아차 사장)이었다. 한 차례의 대화만으로 새로운 운명을 직감한 그는 기아의 최고디자인책임자(CDO) 자리를 수락했다. ‘디자인 경영’을 표방한 정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그는 기아의 디자인을 완전히 탈바꿈시켜 나갔다. 모하비, 로체 이노베이션, K5, K7, 스포티지R, 쏘렌토R 등이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정 회장은 책의 추천사에서 “짧은 첫 만남에서 그가 뛰어난 디자이너일 뿐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이며, 기아의 디자인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적임자임을 직감했다”고 밝혔다.
슈라이어는 2013년 현대차그룹 디자인 총괄 사장으로 승진했다. 현대차와 기아 양사의 디자인을 총괄하는 역할로, 이전에 없던 자리였다. 2018년엔 디자인경영 담당 사장이 됐다. 책은 “아이브(애플의 최고디자인책임자)의 창조력과 잡스의 사업적 감각이 결합돼 애플의 아이맥과 아이팟 같은 제품이 개발됐다”며 “피터와 정 회장의 관계도 이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슈라이어는 유럽의 거장들에게 가르침을 받았지만 동양의 미(美)를 받아들이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백두대간의 호랑이 얼굴에서 한국인의 정신을 보고 이를 전면 그릴 디자인에 응용했다. 제네시스 플래그십 모델이자 대통령 의전 차량인 G90는 한국 궁수의 이미지에서 ‘동적인 우아함’이란 콘셉트를 따왔다.
이달 25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서울 가회동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에서 출간 기념전시회가 열린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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