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지난 10일 광주를 찾아 “5·18 민주화 운동 정신이 개헌 때 반드시 헌법 전문에 올라가야 한다”고 한 것도 마찬가지다. ‘전두환 옹호’ 발언으로 악화한 지역 민심을 누그러뜨리려는 의도로 보이나 이 역시 국민적 총의가 모인 문제로 볼 수 없을 것이다. 여당은 헌법 전문에 5·18 민주화 운동뿐 아니라 동학농민운동, 부마 사태, 6·10 항쟁, 제주 4·3 사건, 촛불시위까지 줄줄이 넣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 중 상당수는 2018년 당시 청와대 개헌안에도 포함돼 있다.
대구에선 1960년 이승만 정권에 반대한 ‘2·28 운동’까지 추가하자고 한다. 선거 국면에서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주장들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이러다가 헌법 전문이 책 한 권 분량으로도 모자라고, 지역정치에 볼모 잡혀 누더기가 될 판이다.
그러나 이는 헌법 전문의 기본 성격을 망각한 것이다. 헌법 자체가 국가 통치조직과 기본원리, 국민 기본권 보장을 위한 근본 규범이다. 전문은 이런 정신을 축약하는 내용만 담으면 된다.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선진국들의 헌법 전문이 이렇다. 개별 사건들은 아예 찾아볼 수 없다. 이 때문에 전문은 매우 짧다. 미국 헌법 전문은 우리나라의 3분의 1에도 못 미쳐 48개 단어에 그치고, 영국 프랑스 일본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역사적 평가가 끝나지 않았고, 국민적 합의도 보지 못한 개별 사건들을 헌법 전문에 넣으려다 보면 국민을 이념·지역적 대결로 몰아넣을 위험도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줄여도 시원찮은 마당에 헌법 전문을 모든 걸 다 담아도 되는 장바구니처럼 여긴다. 그러면서도 헌법상 정부 권한(57조: 국회는 정부 동의 없이 예산 증액 및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을 뭉개고 선거용 예산안을 짜라고 겁박하는 등 툭하면 헌법을 무시하려 든다. 헌법도 오로지 표 계산에 따른 포퓰리즘으로 접근할 따름이다. 굳이 헌법을 손보겠다면 대통령에 당선된 뒤 임기 중 치열한 국민 토론을 통해 공통분모를 찾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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