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낼수록 기존 내연기관 일감이 줄고 관련 인력이 설 자리를 잃는 등 고용감소 문제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산업계에서는 전기차 비중이 33%까지 증가하면 약 3만5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김용원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는 18일 한국자동차기자협회가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컨벤션홀에서 '탄소중립,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개최한 '2021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심포지엄'에서 "2030년 전기차 비중이 33%를 차지하면 10%의 기업이 사라지고 3만5000여명의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어 적극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기차 생산이 늘면 그만큼 기존 엔진 동력계와 관련한 일감은 줄 수밖에 없다. 생산공정의 단순화도 인력 감축의 원인이다. 투입되는 부품 수 역시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는 차이가 크다. 김 상무는 "(전기차 전환시) 노동자는 20~30%, 부품 수는 약 3분의 1로 준다"고 설명했다. 일본자동차부품협회에 따르면 전기차에 사용되는 부품 수는 내연기관차보다 37% 적다.
김 상무는 오는 2026년부터 자동차 산업에서 고용 감소가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노동조합의 영향력이 강한 국내와 달리 해외 완성차 업체들의 경우 이미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최근 르노 글로벌 본사는 오는 2024년까지 내연기관 관련 인력을 2000명가량 줄이겠다고 했다. 지난해 1만4600명 감축 조치에 이은 추가 감원이다.
독일 폭스바겐도 올해 3월 전체 공장 근로자(12만명)의 5%에 해당하는 규모인 5000명의 생산직 근로자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독일 다임러는 작년 2만명 규모의 감원 조치에 들어갔다. 같은해 미국 제네럴모터스(GM)과 독일 BMW도 각각 1만4000명, 1만6000명의 내연기관 인력을 감축했다.
이는 부품업계의 생존 문제와 직결된다. 지난해 9~10월 자동차산업연합회와 이노싱크컨설팅이 국내 완성차 5개사(현대차·기아·한국GM·쌍용차·르노삼성)에 납품하는 1·2차 협력업체 185곳을 대상으로 '미래차 전환에 따른 매출 변화 가능성'을 설문한 결과 동력계 부품업체의 68.2%가 매출 축소를 우려했다.
국내 전기차 보급 속도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기존 26.3%에서 40%로 상향했다. 수송 부문에서는 감축률을 기존 28.1%에서 37.8%로 늘렸다. 이를 위해선 2030년까지 전기차 362만대, 수소차 88만대, 하이브리드차 400만대 등 친환경차 보급 대수가 최소 850만대는 돼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누적 등록대수는 2017년 1만5000대에서 작년 13만5000대로 3년 만에 9배 늘었다. 올해에는 1~9월에 7만대 정도 팔렸고 지난달에만 1만대 이상이 팔려 누적 20만대를 넘어섰다.
완성차 업체들은 규제에 대응해 선제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오는 2040년부터 국내를 비롯해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한다. 제네시스는 오는 2025년부터 모든 신차를 수소 전기차와 배터리 전기차로 출시하겠다고 했다.
이날 김 상무와 함께 발표자로 나선 이민우 산업통상자원부 자동차과장도 "친환경차 수요·공급 혁신을 통해 전기·수소차 보급을 가속화하고 2050 탄소중립 실현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미래차 부품 기업 1000개 육성 등 미래차 중심의 산업 생태계로의 공정한 전환 추진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광주=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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