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한·일 관계…한·미·일 3자간 공동회견까지 막았다

입력 2021-11-18 16:01   수정 2021-11-18 16:03

한·일 양국 외교차관이 당초 예정돼있던 한·미·일 공동기자회견에 모두 불참하며 첨예한 갈등을 그대로 표출했다. 일본은 김창룡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을 문제 삼으며 공동회견을 파행시켰다. 한·일 갈등이 독도 문제로까지 확전되며 대북 공조와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종전선언 협의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한국대사관에서 특파원들을 만나 “일본 측이 우리 경찰청장 독도 방문 문제로 회견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해왔다”고 밝혔다. 당초 최 차관은 이날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가 끝난 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함께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회견장엔 셔먼 부장관 홀로 나타났다.

당초 예정됐던 공동기자회견 대신 단독 회견에 나선 셔먼 부장관은 “일본과 한국 사이에 계속 해결돼야 할 일부 양자 간 이견이 있었다”며 “그러한 이견 중 하나가 오늘 회견 형식의 변화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한·일 갈등이 공동회견 파행의 원인임을 밝힌 것이다.

한·미·일 삼각공조를 중시하는 미국이 주최한 3자 간 협의회에서 당초 예정돼있던 공동기자회견이 파행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일본 정부의 대변인 격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18일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표기)를 둘러싼 사안에 대해 일본 입장에 비춰 볼때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한국 측에 항의하는 가운데 공동 기자회견을 그대로 진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지난 16일 독도 경비대원 격려차 이뤄진 김 청장의 독도 방문을 공개적으로 문제삼았다. 앞서 김 청장은 경찰청장으로선 2009년 강희락 당시 청장 이후 12년만에 독도를 찾았다.

지금까지 일본군 위안부 및 강제징용 관련 한국 법원의 판결과 이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맞춰져 있었다. 그런데 일본의 ‘독도 몽니’로 한·일 양국은 이날 이들 사안 뿐 아니라 독도 문제에서까지 충돌 전선이 확대됐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부질없고 부당한 조치”라며 “한국 경찰이 주둔하고 있는 독도에 부대 시찰하듯이 가서 현장 상황 점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이어 “(위안부 및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우리 입장을 명확히 설명했다”며 “다만 대법원 판례 등에 의한 현금화 조치가 취해지기 전에 대안적·외교적 협의가 진행돼야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있었다”고 밝혔다.

한국은 종전선언을 놓고 미국과도 시각차를 드러냈다. 셔먼 부장관은 종전선언 협의를 묻는 질문에 “계속된 협의를 기대하겠다”며 ‘조만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던 한국 정부와 입장차를 보였다. 특히 셔먼 부장관은 “미국은 한국과 일본, 다른 동맹 및 파트너와 갖고 있는 협의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며 처음으로 한·일 외의 다른 동맹국들과도 종전선언 협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종전선언 성사시 지위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유엔군사령부(17개국 구성)를 겨냥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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