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미국과 중국처럼 자국 생산 전기차에 보조금을 밀어주기 어렵습니다. 수입보다 수출이 많아 타격을 볼 것입니다.”
이민우 산업통상자원부 자동차과장(사진·왼쪽에서 세 번째)은 18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1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배터리나 국산 전기차를 명시적으로 우대하는 조치를 취하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이라며 “오히려 수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에서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은 가격에 따른 상한선만 있다. 국산차와 수입차가 동등하게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은 자국 자동차 노조가 있는 공장에서 생산한 전기차 등에 4500달러(약 530만원)의 추가 세제 혜택을 주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노조가 있는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빅3 완성차업체의 전기차는 최대 1만2500달러(약 1490만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반면 현대자동차·기아, 도요타 등 외국 전기차는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게 된다. 중국은 이미 자국 업체를 지원하는 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중국에서 제조된 배터리를 적용한 전기차에만 추가 보조금을 주는 방식이다. 현대차 아이오닉 5의 중국 판매분에도 중국 CATL의 배터리가 탑재됐다. 전기차 산업이 업체간 경쟁을 넘어 국가간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한국은 이같은 자국 우선 정책을 실행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 과장은 “수출이 많은 한국 특성상 국제 통상 규정을 어긋나는 조치를 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산업부는 이 기준을 지키면서 국산 배터리, 국산 전기차를 우대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배터리 기업, 국산 전기차에 유리한 분야가 있으면 이같은 기술을 우대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니켈·코발트·망간(NCM),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등 삼원계 배터리를 주로 생산하는 반면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양산하고 있다.
최근 스티븐 키퍼 GM 수석부사장이 방한해 한국GM에 전기차 생산계획이 없다고 밝힌 점에 대해, 이 과장은 “아직까지 생산 계획이 없다는 의미고 앞으로는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노사가 어떻게 협상하는지 등을 토대로 우리가 설득해야 하는 문제”라며 “한국GM이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했다. 김용원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는 이날 심포지엄에서 “2030년 전체 자동차 생산분의 30%를 전기차 및 수소차로 전환하면 지금보다 고용이 38% 감소할 것”이라며 “한국GM,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외국 자동차업체의 경우 생산 기반이 축소되는 등 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광주=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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