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넓은 논밭으로 가득했던 서울 강서구 마곡동은 이제 수많은 아파트와 기업 연구개발단지가 빽빽한 건물 숲으로 탈바꿈했다. 허무하게 사라진 자연경관에 대한 아쉬움이 들 무렵 독특한 모양의 유리 건물과 거대 녹지 공간이 마곡지구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조성한 서울식물원이다. 강서구 마곡동로 161에 있는 서울식물원은 2019년 5월 문을 열었다. 2년여가 지난 지금 마곡도시개발사업지구를 상징하는 랜드마크이자 국내 정원문화 확산의 새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독특한 외관만큼이나 세심한 내부 설계는 방문하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이 같은 파격적 설계는 시각적 아름다움을 줄 뿐만 아니라 기능적으로도 식물원에 최적화돼 있다. 지붕의 오목한 부분으로 모이는 빗물을 정화해 내부 식물들의 조경 용수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 내부 식물뿐만 아니라 외부 자연환경까지 그대로 살리려는 세심함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안정적 느낌을 주는 육각형 무늬로 디자인한 천장 프레임은 꽃처럼 바깥쪽으로 갈수록 커진다. 김 대표가 식물의 줄기세포 모양에서 영감을 얻어 고안한 디자인이다. 그 아름다운 프레임들 사이를 초극박막불소수지필름(ETFE)이라는 반투명한 신소재로 채웠다. ETFE는 가시광선 투과율이 일반 유리보다 20%가량 높다. 온실 외벽 역시 자연 채광을 고려해 약 3180장의 투명 유리로 마감했다. 식물들이 최대한 자연광에 가까운 빛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온실 내부 설계의 핵심은 중심에 있는 원형 계단 통로를 통해 열대관으로 연결된 ‘스카이워크’다. 스카이워크를 통해 열대우림 지역에 있는 키 큰 식물들을 다양한 높이와 각도에서 볼 수 있다. 식물원이 아니라 정글을 탐험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정해진 동선을 따라 식물의 주위를 평면적이고 순차적으로 관람하는 일반적인 식물원과 차별화된 구조다. 김 대표는 “식물을 땅에서 올려다보는 일방적인 관계성에서 탈피하고자 길을 공중으로 올렸다”며 “스카이워크의 높이가 다르고 가는 방향이 다르니 식물을 접하는 동선과 시선이 더욱 입체적이고 다양해진다”고 말했다.
서울식물원은 2019년 대한민국 조경대상 대통령상과 서울시 건축상 우수상을 받았다. 올 들어선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건축부문 본상에 이어 지난 2일 세계조경가협회(IFLA)로부터 ‘2021 IFLA 아시아 태평양 조경상’ 공원·스페이스 부문 우수상을 받으며 세계 무대에서도 디자인과 조경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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