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임원 김영호 씨(가명)는 요즘 주말마다 부인과 함께 ‘차박’(차에서 자는 캠핑)을 떠난다. 숙박업소를 찾는 데 시간을 허비했던 건 옛말이다. 지난해 장만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주말마다 묵는 ‘별장’이 됐다.
럭셔리하고 편안한 캠핑장들이 여행객들에게 손짓하는 요즘이지만, 여전히 조금은 불편한 캠핑을 고수하는 사람이 많다. 등산객에게 하산까지의 전 과정이 ‘등산’이듯, 캠퍼에겐 귀찮은 짐 준비와 뒷정리까지 모두 캠핑의 일부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여행 방식으로 떠오른 차박은 기본. 배낭 하나에 장비를 짊어지고 산을 오르내리는 백패킹, 빙판 위에서 자는 빙박, 텐트 없이 오지에서 잠을 청하는 날박, 설산이나 절벽 위에서 잠을 자는 ‘극한 캠핑’까지. 겨울 캠핑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추운 날씨에도 낭만을 좇아 떠나는 고수들의 캠핑을 엿봤다.
백패킹은 적은 장비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껏 만끽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장비는 모두 배낭에 몰아 넣고 섬, 바다, 계곡 등 조용한 곳을 찾아 야영하면 된다. 장거리 하이킹과 백패킹을 결합해 즐기기도 하고, 오롯이 한곳에서 숙박에 집중하는 사람도 있다. 백패킹을 즐기는 직장인 한상우 씨(35)는 “야영지까지 가는 길이 대부분 평탄하지 않고, 무거운 배낭을 멘 채 걸어야 하기 때문에 체력이 상당히 소모된다”며 “처음에는 짐을 줄이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익숙해지고 나니 최소한의 물질로 최대한의 자유를 느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단 텐트와 침낭, 매트, 식량과 물, 상비약, 등산스틱 등은 반드시 갖춰야 한다.
‘낭만’은 반드시 ‘불편함’을 동반한다는 점은 기억해야 한다. 유튜버 ‘언니네 영상관’은 “노지에선 화장실과 샤워실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음식물 섭취를 조절하거나 간이 화장실을 준비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떠나게 만드는 게 진짜 캠핑의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정소람/나수지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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