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는 100t의 열분해유를 18일부터 충남 서산 대산공장의 정제공정에 투입해 실증연구를 수행한다고 발표했다. 열분해유는 폐플라스틱을 고열로 분해해 만든 일종의 재생유다. 현대오일뱅크는 연구를 거쳐 안정성을 확보한 뒤 투입량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생산한 나프타는 인근 석유화학사에 공급돼 새 플라스틱 제품으로 탄생할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열분해유 도입 이유로 폐플라스틱 처리 문제를 꼽았다. 세계 최대 폐기물 수입국인 중국은 올해부터 고체 폐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국가 간 유해 폐기물 이동을 규제하는 바젤협약의 폐플라스틱 관련 규제도 올해부터 강화됐다. 폐플라스틱은 발생한 국가에서 직접 처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대오일뱅크는 국내 정유사 가운데 유일하게 보유 중인 열분해공정(DCU)을 활용해 연간 5만t 규모의 신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공장을 설립하는 계획도 검토 중이다.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투입을 친환경 제품 생산 과정으로 공식 인증받기 위한 절차도 밟고 있다. 국제 인증기관을 통해 친환경 인증을 받고, 생산된 나프타는 친환경 제품인 ‘그린납사’로 판매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엔 정부의 규제 완화 프로그램인 규제 샌드박스의 도움을 받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행법상 현대오일뱅크를 비롯한 석유정제업자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공정 원료로 사용할 수 없다. 현대오일뱅크는 올초 산업통상자원부 및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에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했고, 9월 ‘실증을 위한 규제특례’를 승인받았다.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부회장(사진)은 “열분해유 원료 도입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이라며 “탄소 배출 저감과 국내 폐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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