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은 코다와 고진영이 양분했다. 상반기는 코다의 시간이었다. 시즌 두 번째 경기였던 게인브릿지에서 정상에 오른 뒤 6월 마이어 LPGA 클래식과 메이저대회인 KPMG 위민스 챔피언십에서 두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미국 골프의 자존심으로 자리잡았다. 2020 도쿄올림픽 금메달 이후 잠시 침묵했지만 지난 15일 펠리컨 여자챔피언십에서 1승을 추가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고진영은 그 어느 때보다 롤러코스터 같은 시즌을 보냈다. 지난 3월 할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슬픔에 슬럼프에 빠졌고 커트 탈락도 겪었다. 하지만 7월 VOA 클래식에서 우승하며 짧지 않았던 부진을 떨쳐냈다. 특유의 날카로운 샷이 살아나면서 최근 8개 대회에서 네 번의 우승을 포함해 일곱 차례나 톱10에 들었다. 올 시즌 톱10에 가장 많이 든 선수에게 주는 ‘리더스 톱10’의 주인공으로 일찌감치 확정돼 보너스 10만달러도 챙겼다.
현재 두 선수 모두 나란히 4승을 거둔 상태다. 세계랭킹에서는 0.87점 차로 코다가 1위, 고진영이 2위다. 올해의 선수 부문에서는 10점 차, 시즌 상금은 23만4996달러 차이로 코다가 앞서 있다. 관건은 이번 대회다. 시즌 최종전인 이 대회에는 우승상금 150만달러, 올해의 선수 포인트 30점이 걸려 있다. 고진영이 우승하면 코다의 성적과 관계없이 올해의 선수가 된다. 고진영이 준우승해도 코다가 톱10에 들지 못하면 역전할 수 있다.
이번 승부는 한국과 미국의 자존심 대결로도 눈길을 끈다. 코다는 그간 한국 선수들에게 뺏겼던 미국 골프의 부활을 이끌고 있다. 코다가 우승할 경우 출전 경기 수가 모자라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최저타수상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타이틀을 독차지하게 된다. 미국 선수가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 등 주요 타이틀을 2개 이상 가져가는 것은 2012년 스테이시 루이스 이후 9년 만이다.
고진영에게는 한국 여자골프의 자존심이 걸려 있다. 그동안 LPGA 투어를 장악했던 한국 선수들이 올해는 6승을 합작하는 데 그쳤다. 이 중 4승을 고진영이 만들어내며 고군분투했다.
두 선수 모두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진검승부를 약속했다. 디펜딩 챔피언으로 나서는 고진영은 “작년에 좋은 기억이 있고, 연습라운드를 해보니 작년의 모든 홀과 모든 샷이 다 기억난다”며 “내가 어떻게 플레이했는지를 스스로가 잘 알기 때문에 그런 기억을 꺼내와서 내가 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하고 싶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플로리다에서 나고 자란 코다는 홈의 이점을 안고 나선다. 그는 “이번 대회장은 집에서 가깝고,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플로리다의 버뮤다 잔디에 익숙하다”며 “1라운드부터 마지막 날까지 100%를 쏟아붓겠다”고 다짐했다.
최근 가파른 상승세로 부활을 알린 ‘골프 천재’ 리디아 고(24·뉴질랜드)는 최저타수상인 베어트로피 굳히기에 나선다. 그는 지난 7일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에서 우승한 직후 미국으로 날아가 펠리컨 여자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코다와 고진영, 박인비가 베어트로피 수상 기준인 ‘70라운드 이상’을 채우지 못하면서 리디아 고의 수상이 사실상 확정된 상태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