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자풀이
傍 : 곁 방
若 : 같을 약
無 : 없을 무
人 : 사람 인
곁에 사람이 없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멋대로 행동함 -《사기(史記)》
형가(荊軻)는 중국 역사에서 손꼽히는 자객이다. 중국이 진(秦)나라를 중심으로 통일되려고 할 전국시대 말기. 연(燕)나라 태자 단은 진왕 정(후의 진시왕)에게 원한을 품고 있었다. 어린 시절엔 조나라에 함께 인질로 잡혀 있었지만, 후에 강대국이 된 진왕 정이 수모를 주었기 때문이었다. 단은 복수의 칼을 갈며 때만을 기다렸다. 그런 와중에 형가를 만난다.
형가는 당시 축이란 악기를 잘 다루는 친구 고점리와 날마다 악기를 연주하고 술을 마시며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그들이 놀 때는 곁에 누구도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방약무인(傍若無人)은 이로부터 유래한 말이다. 글자 그대로 ‘곁에 사람이 없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남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을 일컫는다. 한자 약(若)은 같다는 의미다. 노자의 어법을 흔히 정언약반(正言若反)이라고 하는데, 바른말은 마치 반대처럼 들린다는 뜻이다. ‘빛나도 눈부시지 마라.’ ‘곧아도 찌르지 마라.’ 등이 대표적 사례다.
단과 형가의 만남은 어찌 되었을까.
태자 단을 만난 형가는 정을 암살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철통보안의 진왕을 만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형가는 결국 그 무렵 진나라에서 연나라로 망명해 온 번어기라는 장수를 찾아간다. 번어기는 그의 목에 황금 1000근과 1만 호의 영지가 현상금으로 붙어 있을 만큼 진왕의 노여움을 사고 있었다. 형가는 번어기에게 자신의 계획을 털어놨고, 번어기는 선뜻 스스로의 목을 잘라 형가에게 바쳤다. “제 목을 드리겠습니다. 뒷일을 부탁드립니다.”
형가는 번어기의 목을 고급 상자에 넣은 다음 연나라 지도에 칼을 싼 후 말아 들고 진왕을 찾아갔다. 지도를 바친다는 건, 곧 땅을 바친다는 의미였다. 번어기의 목과 연나라 지도를 들고 온 형가는 진왕을 만날 수 있었고, 진왕이 연나라 지도를 받아 펼치려는 순간 형가는 칼을 빼 진왕을 향해 휘둘렀다. 그러나 칼은 진왕의 소맷자락만을 자르고, 결국 형가는 목숨을 잃었다.
중국의 고사는 역사와 맞물린다. 고사를 알수록 중국 역사에 흥미가 생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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