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폭리" 아우성에…금감원 "은행 금리체계 손볼 것"

입력 2021-11-19 17:49   수정 2021-11-20 00:51


가계 대출 금리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금리 산정 체계를 점검하기로 했다. 대출자의 ‘금리인하 요구권’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당국은 그간 자율적으로 결정되는 은행 금리에 직접 개입하기는 어렵다며 선을 그어왔다. 그러나 가계대출 규제 여파로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여론이 악화되자 사실상 금리 인하 유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영업현장 대출금리 살펴볼 것”
이찬우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19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은행 가계대출 금리 운영 현황에 대한 긴급점검회의를 열고 “영업현장에서 각 은행 대출금리 산정·운영이 모범규준에 따라 충실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필요하다면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은행권과 협의해 자료를 받아 분석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며 “우선 자료를 받아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회의에는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기업·SC제일·씨티 등 8개 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이 참석했다.


은행 대출 금리는 준거금리(국채, 은행채, 코픽스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뒤 차주별로 우대금리를 차감해 정한다. 가산금리는 각 은행이 영업 상황에 맞춰 정할 수 있다. 우대 금리는 주거래 여부·연계 금융 상품 가입 등 은행이 제시하는 항목을 만족하면 이자를 깎아주는 방식이다. 올 하반기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된 이후 은행들이 가산금리는 올리고,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출수요를 억제해왔다. 하반기 신용대출을 받은 한 소비자는 “올해 급여가 오르고 신용 조건이 더 좋아졌지만 작년에 받던 우대 금리가 대부분 깎였다”며 “대출 금리가 1%포인트 가까이 올랐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은행별 금리 산정 체계가 제대로 돼 있는지, 현장에서 잘 지켜지고 있는지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이 수석부원장은 이날 “금리는 시장 자금 수요·공급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되지만 은행의 가격 결정·운영은 투명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며 “영업 현장의 대출금리를 살펴보고 필요하다면 모범규준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금리인하 요구권도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이다. 2019년 법제화된 금리인하 요구권은 금융 소비자가 신용·소득 등이 개선되면 금융사에 대출 금리를 인하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그는 “제도적인 기틀은 마련됐지만 실제 운영은 여전히 미흡한 점이 많다”며 “금융소비자가 금리인하 요구권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이른 시일 안에 이행해달라”고 당부했다.
○여론 악화되자 개입 나섰나
금융당국은 그동안 은행 등 민간 금융회사 금리에 직접 개입할 수 없다는 방침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소비자 원성이 높아지고 여론이 악화되자 ‘진화 작업’에 나선 게 아니냐는 게 업계 시각이다. 당국이 직접 칼을 빼든 만큼 영업현장에서의 대출금리 상승이 일부 억제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단 대출 금리의 최근 오름세는 금리 상승 때문이라는 기존 입장은 재확인했다. 이 수석부원장은 “대출금리는 올 하반기 이후 글로벌 통화정책 정상화 움직임에 따른 시장 금리 상승으로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향후 예대금리 차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준금리 상승과 가계대출 규제가 지속되는 한 불붙은 금리 상승세를 쉽사리 잡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가계부채 총량 관리 목표를 맞추려면 각 은행이 결국 가산·우대금리를 조절해 수요를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전날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금융안정위원회(FSB) 총회에 화상으로 참석, “과거 금융위기의 이면에는 과도한 부채 누적이 자리잡고 있었다”며 “금융 안정을 위해 가계부채 관리에 역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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