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은 2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GC(파72·6556야드)에서 열린 LPGA투어 2021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500만달러) 3라운드에서 2~8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기록했다. 자신의 공식 대회 최다 연속 버디 기록인 8개 홀에 불과 1홀이 모자랐다. 고진영은 “7개 홀 연속 버디가 정말 즐거웠다”며 “한국에서 8개 홀 연속 버디를 한 적이 있어서 (기록을) 깨보고 싶었는데 아깝게 놓쳤다. 다시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LPGA투어 한 라운드 최다 연속 버디 기록은 9개로 1999년 베스 대니엘(65·미국)과 2015년 양희영(32)이 기록했다.
신들린 퍼팅 실력에 운까지 따라준 하루였다. 고진영은 2번홀(파4)에서 약 5m 버디 퍼트를 시도했다. 공이 홀 앞에서 잠시 멈추는 듯 보였으나 약 2초가 흐른 뒤 홀 안으로 사라졌다. 시동을 건 고진영은 파죽지세로 타수를 줄여갔다. 4번홀(파4)에선 약 2m 거리의 까다로운 오른쪽 경사 버디 퍼트를 남겨뒀으나 이를 침착하게 밀어 넣었다. 6번홀(파5)에선 그린 앞 벙커에 빠진 공을 홀 옆에 붙여 버디를 낚아챘다. 8번홀(파3)에서도 약 5m 거리의 버디 퍼트가 홀 왼쪽으로 흐르는 듯하다가 홀 안으로 사라졌다. 고진영은 “샷을 하면 붙고, 퍼팅을 하면 다 들어갈 것 같았다”며 웃었다.
7연속 버디는 그가 왼손목 부상으로 고생하는 가운데 나왔기 때문에 더욱 값졌다. 고진영은 최근 몇 주 전부터 부상을 안고도 참가하는 대회마다 우승 경쟁을 이어오고 있다. 고진영은 “지난 몇 주, 며칠째 같은 느낌”이라며 “나아지고는 있지만 통증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매일 테이핑을 하고 경기하고 있는데 가장 좋지 않은 상태를 10이라고 한다면 현재는 5 정도”라며 “한국으로 돌아가면 체크해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9번홀(파4)에서 보기로 흐름이 끊긴 뒤 후반 9개 홀을 모두 파로 마무리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 장면이었다. 버디 7개와 보기 1개로 3라운드를 마친 그는 사흘 합계 14언더파 202타를 기록해 공동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돌입했다. 고진영은 “후반에 바람이 더 강해져 힘들었지만 어제보다 나은 경기를 한 것에 만족한다”고 했다.
고진영과 다수의 타이틀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넬리 코다도 이날 5타를 줄여 공동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들어갔다. 고진영은 올해의 선수에서 181점으로 코다에게 10점 뒤진 2위다. 상금에서도 200만2161달러를 모아 코다(223만7157달러)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세계랭킹에서도 코다가 1위, 고진영이 2위다. CME 글로브 포인트에선 고진영이 3520.150점으로 코다(3420.6점)에게 앞서 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가 주요 타이틀을 독식하는 상황이다.
일본 여자 골프 간판 하타오카 나사(22), 셀린 부티에(28·프랑스)도 3라운드까지 14언더파를 치면서 공동 선두에만 4명의 선수가 이름을 올렸다. 고진영은 최종 라운드 챔피언조에서 코다, 하타오카와 경기한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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