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서울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 아파트 가격은 꿋꿋하다. 잠실주공5단지, 잠실우성, 장미, 미성크로바 등 오랜 기간 멈춰 섰던 재건축 단지의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잠실주공5단지는 ‘국민주택형’으로 불리는 전용 82㎡가 처음 30억원 넘는 가격에 손바뀜했다.
잠실동과 신천동 일대에선 향후 재건축을 통해 1만9000여 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사업이 다시 시작됐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이라며 “다만 가격 상승, 조합 갈등 등 변수를 잘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중 가장 주목받는 단지는 1978년 준공된 ‘잠실주공5단지(3930가구)’다. 한강변 조망에 지하철 2, 8호선 잠실역 역세권 입지를 갖췄기 때문이다. 가구당 대지 지분이 다른 단지 대비 많이 크다는 게 강점이다. 현재 호텔 부지에 주거시설을 추가해 공급 가구를 기존 6402가구에서 6827가구로 늘리는 정비계획변경안이 도시계획위원회 수권소위원회 상정을 앞두고 있다.
‘장미1, 2, 3차’는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사업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기대가 크다. 이 단지는 2005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뒤 15년 만인 지난해 조합설립인가를 얻었지만 상가 갈등으로 사업 속도를 내지 못했다. 신속통합기획은 민간 주도 정비사업을 서울시가 지원하는 제도다. 서울시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비계획을 세울 경우 심의 절차를 간소화해 소요 기간을 절반가량 단축할 수 있다. 이 단지는 1차 2100가구, 2차 1302가구, 3차 120가구 등 총 3522가구 규모의 대단지에 한강변 입지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준주거지역 종상향 후 50층 이상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구체적인 정비 계획안은 내년 상반기께 가시화될 전망이다.
사업 진척 단계에선 ‘잠실진주’와 ‘잠실미성·크로바맨션’이 빠른 편이다. 잠실진주는 2017년 9월 사업시행인가, 2018년 10월 관리처분인가에 이어 조합원 이주까지 마쳤다.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아직 분양 일정을 잡지 못한 상태다. 조합 측은 선분양을 내년 하반기로 보고 있다.
송파구 일대 단지는 이미 15억원 이상인 고가 아파트가 많아 대출 규제의 영향이 크지 않다. 여기에 재건축 기대가 더해져 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대출 및 세금 규제로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며 “그럼에도 강남권 매물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 정비사업 기대감이 큰 곳으로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고가도 잇따르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잠실5단지 전용 82㎡가 지난달 26일 31억3100만원에 매매됐다. 지난 8월 직전 최고가(29억7800만원)보다 1억5300만원 올랐다. 잠실동 인근 A공인 대표는 “잠실주공5단지는 잠실의 대장 아파트로 대지지분이 많아 사업성이 높을 것이라는 기대를 많이 한다”고 전했다.
다만 이 같은 집값 상승세는 사업 속도를 내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당초 잠실주공5단지의 정비계획안은 연내 도계위 수권소위에 상정될 예정이었지만 최근 신고가를 내면서 일정이 미뤄지고 있다.
규제도 있다. 잠실동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다. 잠실주공5단지, 잠실우성 등의 경우 일정 면적 이상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 때 구청장 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거용은 2년간 실거주해야 하고, 2년간 매매·임대가 금지된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