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뛰어난 성과에도 국내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K드라마 열풍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오징어 게임의 후광효과에 기댄 단발성 흥행에 그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오징어 게임 이후 K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옥은 한국을 비롯해 벨기에, 인도네시아 등 24개 국가에서 1위에 올랐다. 프랑스에서도 2위, 미국과 독일에선 3위를 기록했다. 이로써 K드라마 세 편이 나란히 세계 순위 10위권에 들었다. 지옥에 이어 오징어 게임이 2위, 넷플릭스가 방영권을 사들인 KBS 퓨전사극 ‘연모’가 9위에 올랐다.
이 같은 반응에도 우려가 나온 이유는 스토리 전개 방식으로 인한 것이다. 지옥은 ‘부산행’ ‘반도’ 등을 만든 연상호 감독이 연출을 맡고 유아인, 김현주, 박정민 등이 출연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런데 막상 공개 직후엔 의견이 분분하다. 총 6부작인 이 작품은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하면서 시작된다. 혼란을 틈타 부흥한 사이비 종교단체와 그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며 이야기가 본격 전개된다. 파격적인 소재는 호평을 받고 있지만, 세계관이 지나치게 염세적이며 전개가 느슨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행히 해외에선 참신함에 주목해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미국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는 지옥의 신선도를 100%로 평가했다. 94%를 기록한 오징어 게임보다 높다. 점수를 준 비평가들은 “콘셉트가 매력적이고 중독성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작품 자체가 호불호가 강한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담고 있는 만큼 어쩌면 이런 의견 차는 자연스러운 것일 수 있다. 다만 당장 눈앞의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K드라마의 미래를 긴 호흡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 국가의 드라마가 세계 곳곳에 뿌리내리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미드, 영드를 제외하곤 찾아보기 힘들다. 드라마는 음악이나 영화에 비해 길이가 길다. 그래서 외국인이 보기엔 언어적 한계, 문화적 간극이 훨씬 크게 느껴진다. 기존 한국 드라마들이 수출되기보다 현지에서 리메이크된 사례가 많은 것은 이런 한계를 잘 보여준다.
그럼에도 K드라마는 큰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과거엔 일본,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 중심이었지만 이젠 미국과 유럽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킹덤’은 그 신호탄이 됐으며, 오징어 게임은 한국 드라마의 폭발적인 잠재력을 널리 알린 작품이 됐다.
그 중심엔 강력한 스토리가 있었다. 참신한 소재의 힘도 있었지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정교한 전개와 큰 울림을 주는 메시지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결국 국내외 시청자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이 긴 시간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탄탄한 스토리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법이다.
100여 년간 세계 시장을 이끌어온 디즈니엔 불변의 철학이 있다. ‘스토리가 왕(Story is King)’이란 원칙이다. K드라마가 앞으로 가야 할 방향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이 확고한 원칙 위에 절대 무너지지 않을 튼튼한 스토리 제국을 세워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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