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카우 저작권 수익률 年 36%…2030 새 투자처로 뜬다

입력 2021-11-21 18:29   수정 2021-11-29 15:51

기업조사업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올 9월 말 기준 세계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848개 중 20%(167개)는 핀테크 업체다. 핀테크 유니콘들의 기업가치는 6545억달러(약 780조원)로 전체 유니콘 몸값(2조7484억달러)의 24%다. 핀테크가 ‘금융산업의 메기’를 넘어 ‘유니콘의 산실’ 역할도 하는 셈이다. 하지만 한국 기업 중에서는 ‘토스’의 비바리퍼블리카와 ‘업비트’로 대박을 친 두나무를 빼면 새 얼굴이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업계는 “정부의 세밀한 규제, 기존 금융회사의 견제 등으로 국내 핀테크 토양은 아직도 척박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런 척박한 환경을 뚫고 기업가치 1조원을 넘보는 핀테크 스타트업이 다시 나오고 있다. 이들의 특징은 네이버, 카카오, 토스가 선점한 송금·결제시장 대신 새로운 영역에서 기회를 찾는다는 것이다. 대체투자, 대안신용평가, 대체불가능토큰(NFT) 등의 분야를 개척하며 ‘핀테크 붐 시즌2’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안정적이고 높은 기대수익률”
가수 멜로망스의 인기곡 ‘선물’의 저작권은 이 곡을 만든 두 멤버(정동환·김민석)뿐 아니라 3076명이 함께 보유하고 있다. 아티스트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저작권을 일반인도 소유할 수 있게 된 건 뮤직카우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음악 저작권 거래 플랫폼 때문이다.

뮤직카우는 음악 원저작자로부터 저작권료 수익을 받을 수 있는 권리인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의 일부를 목돈을 주고 사들인다. 이를 주식처럼 쪼갠 뒤(증권화) 경매한다. 매주 5~7개 곡이 경매에 부쳐진다. 누구든 뮤직카우를 통해 이 저작권 지분에 투자할 수 있다. 구매자는 해당 곡에 대한 저작권료를 매달 배당받고, 다른 사람에게 팔아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서비스를 시작한 2018년 1만여 명에 불과하던 회원 수가 80만여 명으로 불어났다. 짭짤한 수익, 투자하는 재미, 좋아하는 가수를 돕는 기쁨을 함께 얻을 수 있다는 점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누적 거래액도 2018년 10억원에서 올해 10월 말 2824억원으로 급증했다. 현재 월간 거래액은 700억원 수준이다. 매출은 지난해 128억원에서 올해는 45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현경 뮤직카우 대표(사진)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저작권은 다른 자산과 달리 사회·경제 이슈에 따라 시세가 크게 변하지 않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연세대·홍익대 경영대학 교수진이 2018년 1월부터 올 6월까지 주요 자산의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음악 저작권의 연평균 수익률(배당+시세차익)은 35.86%로 나타났다. 금(11.09%), 국내 주식(10.18%), 해외 주식(5.45%), 달러(1.65%) 등을 크게 웃돌았다.

K팝의 인기와 정보기술(IT) 발달에 따른 저작권료 징수 매체 확대, 리메이크·역주행 신드롬 등이 앞으로 저작권 거래 시장을 넓힐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정식 수익증권으로 당국의 인가를 받지 못했고,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상품이라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뮤직카우는 자산의 수익증권화를 통해 투자자 안전장치를 강화하고자 지난 3월 금융당국에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한 상태다.
“내년 초, 미국에 법인 설립”
사업 초기 아티스트들은 뮤직카우에 저작권 지분을 잘 내놓지 않으려 했다. 뮤직카우는 “음악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고 이들을 설득했다. 뮤직카우는 원저작자로부터 저작권을 살 때 저작권의 미래가치 상승분을 반영해 값을 쳐준다. 아직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아티스트는 목돈을 받아 창작비용 및 생계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 이미 인기를 끌고 있는 아티스트도 팬들과 소통을 강화할 수 있다.

뮤직카우 경매에선 특정 가수 팬들의 ‘최고가 입찰 경쟁’도 종종 일어난다. 정 대표는 “저작권을 산 팬들은 수익을 더 내기 위해서라도 해당 음악을 더욱 많이 듣고 부른다”고 말했다.

투자업계는 2023년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뮤직카우의 기업가치를 최대 1조원 수준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시리즈C까지 총 34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뮤직카우는 최근 전략 마케팅과 개발, 데이터 분석 등 분야의 인재 채용에 나서고 있다. 연내 음악 저작권 선물하기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내년 초에는 미국 법인을 세워 해외 진출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1973년생인 정 대표는 울랄라세션의 ‘너와 함께’와 바비킴의 ‘가슴앓이’ 등 인기곡 작사가 출신이다. 그는 “작사·작곡 등 경험을 살려 사업 모델을 고민한 결과 금융과 문화, 플랫폼 세 가지 키워드를 연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경영학과와 서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정 대표는 1999년 온라인 교육업체인 중앙ICS를 설립한 1세대 벤처 기업인이기도 하다. 벤처산업협회 이사와 한국여성벤처협회 부회장 등도 지낸 바 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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