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머드급’으로 구성됐던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가 이재명 대선 후보를 중심으로 한 효율 위주의 조직으로 탈바꿈한다. ‘원팀’ 명분에 맞춰 짜여졌던 대형 선대위가 여론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하면서다. 이 후보는 “처음으로 돌아가 완전히 새롭게 시작하겠다”며 기능 중심의 경량화된 조직으로 선대위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민주당 의원들은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선대위 쇄신에 대한 전권을 이 후보에게 위임하기로 결의했다
이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서도 “이재명이라는 후보를 선택한 국민과 당원의 뜻에 따라 민주당도 반성하고 혁신해야 한다”며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쇄신 의지를 강조했다.
민주당 당헌·당규상 선대위는 대선 후보가 당대표 및 최고위와 협의해 구성하게 돼 있지만, 이 후보가 강력한 쇄신 의지를 밝힌 만큼 권한을 몰아주기로 한 것이다.
이 후보가 ‘몽골 기병’을 언급하며 조직의 기민성을 강조한 만큼 직할 부대 성격의 소수 정예 ‘별동대 선대위’가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 밑바닥 여론을 훑기 위한 의원들의 하방(下放) 선거운동, 신속한 의사 결정을 위한 선대위 경량화, 2030세대 등 외부위원 참여 등도 핵심 쇄신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광재 의원과 김두관 의원은 전날, 김영주 의원과 홍익표 의원은 이날 의총 직전 공동선대위원장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 후보는 의총 후 페이스북에서 “기득권을 모두 내려놓고 대선 승리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는 의원들의 의지를 받들어 조속히 쇄신 방안을 마련해 집행하고 국민 여러분께 보고하겠다”며 “당의 대선 후보로서 모든 일에 저 자신부터 성찰하고 반성하며 혁신하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이 경선 후유증을 수습하기 위한 원팀 조성에만 신경 쓰느라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는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쇄신의 목소리가 얼마나 현실화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대적인 개편이 오히려 혼란을 자초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김한정 의원은 의총 후 페이스북에 “일요일 긴급 의총이 소집돼 달려갔는데 정작 뭐가 ‘긴급’인지 잘 모르겠다”며 “후보는 ‘다 갈아엎고 다시 시작하자’고 피 토하는 심정으로 호소하는데 당 대표는 ‘그럼 후보가 알아서 해봐라’라는 소리로 들린다”고 꼬집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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