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에는 연 2.7% 금리에 아파트 전세대출 2억원을 받아 월 45만원 가량 부담했습니다. 집주인이 전세금을 올려달라고 해서 은행에 알아보니 금리가 올라 월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90만원가량 더 늘었습니다. 늘어난 전세보증금에 대한 이자를 은행에 내나, 월세로 집주인한테 내나 비슷한 것 같아 전세 포기하고 반전셋집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실수요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 난민'을 자처하고 있다. 전월세계약갱신청구권 등을 포함한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 물량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가격이 치솟은 가운데 시중 금리마저 급등하면서 전세 증액분에 대한 이자와 매달 내야 할 월세가 맞먹으면서다. 이들은 그나마 조건이 좋은 월세나 반전세 매물을 잡으려 서둘러 움직이고 있다.
전체 거래 대비 월세 계약 건수 비중도 점점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전체 거래(9만4159건) 가운데 월세 거래(3만3352건) 비중은 35.42%였는데, 하반기 들어서는 이 비중이 37.87%로 2%포인트 이상 뛰었다. 특히 월별로 보면 지난 8월에는 이 수치가 41.20%까지 오르기도 했다. 임대차 계약 건수 10건 가운데 4건 이상이 월세 계약이었다는 뜻이다.
반전세나 월세 거래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래미안퍼스티지는 이달 들어 총 8건의 전월세 계약이 맺어졌는데 이 가운데 절반은 반전세나 월세 거래다. 이 단지 전용 84㎡는 지난 9일 보증금 6억원에 월세 480만원의 계약을 맺었다. 같은 단지 전용 168㎡도 보증금 4억3000만원에 월세 480만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전용 198㎡는 보증금 21억3270만원에 월세 150만원을, 전용 222㎡도 보즈금 21억5000만원에 월세 250만원짜리 반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이런 거래는 서울 외곽지역에서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금천구에 있는 남서울힐스테이트는 이달 들어 총 8건의 전월세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가운데 반전세나 월세 계약이 4건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전용 84㎡가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50만원에, 전용 113㎡가 보증금 3억원에 월세 150만원짜리 계약을 맺었다. 또 전용 59㎡가 보증금 2억원에 월세 50만원, 전용 115㎡가 보증금 6억원에 월세 30만원에 세입자를 찾았다.
반포동에 있는 A 공인중개 관계자는 “최근 거래된 전세 거래의 대부분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것이 대부분”이라며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집을 한 번 내놓으면 4년 동안 가격을 조정하기 어려우니 아예 비싸게 내놓거나 반전세, 월세 등으로 내놓는다. 집값 상승으로 세금부담까지 커지면서 전세 대신 월세로 집을 내놓는 유주택자들이 많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일선 부동산 공인중개 사무소 등에서는 은행에 내는 이자나 집주인에 내는 월세나 비슷한 수준이라고 얘기하는 곳도 있다. 강동구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전셋값이 오르면 은행에서 추가 대출을 받으면서 금리도 함께 오르는데 금리가 올라 은행에 내야 하는 이자나 반전세나 월세로 살면서 집주인에게 내야 하는 금액이나 비슷하다"며 "오히려 반전세, 월세 물건이 많이 풀릴 때 좋은 조건을 잡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고 했다.
전셋집이 만기를 앞두고 최근 집을 구하고 있는 한 실수요자는 "부동산 중개업소 등에 문의해보니 전세 보증금 증액에 따라 부담해야할 이자나 월세나 비슷한 수준이었다"며 "오히려 반전세 등이 조건이 더 좋은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월세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은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한국부동산원이 내놓은 주택 수급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월세 수급 지수는 지난달 기준 110.6으로 전월(110.0)보다 0.6포인트 올랐다. 월세를 찾는 수요가 늘어났다는 뜻이다. 매매와 전세 거래 시장이 침체하면서 매매 수급지수가 9월 125.3에서 10월 111.8로 급락했고, 전세 수급지수도 같은 기간 119.8에서 108.3으로 떨어진 것과는 상반된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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