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차이나' 없이 살아 보기? [더 머니이스트-Dr.J’s China Insight]

입력 2021-11-24 07:16   수정 2021-11-24 09:27


세계에서 어느 나라도 모든 공급망을 가진 나라는 없습니다. 미국이 중국에 목매는 것이 있고, 중국도 미국에 목매는 것도 있습니다. 지금 미국은 중국의 '제조의 덫'에 빠졌고 중국은 미국의 '기술의 덫'에 빠졌습니다.

미국 월마트에 파는 물건의 46%가 '메이드 인 차이나' 입니다. 중국이 독하게 마음 먹으면 미국인의 일상생활에 치명적인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2005년 1월1일 미국 경제지 프리랜서 기자인 '사라 본지오르니'의 가족은 '메이드인 차이나 없이 살아 보기' 실험을 했다가 결국 견디지 못하고 실험을 중단했습니다.

미국의 평범한 가족이 중국산 제품 보이콧을 벌이며 겪게 되는 갖가지 사건을 중심으로 중국산으로부터 탈출, 소위 '차이나 프리'(China Free)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본지 오르니는 이 실험에는 실패해지만 2007년에 '메이드 인 차이나 없이 살아 보기'(A Year Without Made in China)를 출간하면서 돈 방석에 앉았습니다.
삶의 영역이 겹치면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
중국은 제조의 모든 걸 다 가진 것처럼 거들먹거리지만 근육질만 있고 세포가 없습니다. 모든 IT기기를 만들지만 IT기기의 두뇌인 첨단 반도체를 못 만듭니다. 전세계 반도체 63%를 중국이 IT기기 생산에 소비하지만 제대로 된 첨단 반도체는 못 만들고 대부분 수입에 의존합니다. 항공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요 제조산업의 핵심 소재, 부품, 장비는 모두 서방에 의존합니다.

지금 세계공급망 전쟁에서 완전한 승자는 없을 것입니다. 전 세계는 서로가 물고 물리는 관계입니다. 전 세계는 소위 글로벌화의 함정에 빠졌습니다.



삶의 영역이 서로 겹쳐지면서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어졌습니다. 필요하면 친구를 하는 것이고 적도 되는 것입니다. 트럼프 미국 정부 이후 미국이 만든 역글로벌화 시대에 기술은 없고 '의리만 있는 나라'는 팽 당하고, 돈 있고 기술 있는 '의리 없는 나라'만 살아남게 됐습니다.

미국이 중국을 죽이려고 중국에 반도체공급을 중단시키면 중국의 모든 IT제품 공장은 문을 닫아야 하지만, 그전에 미국의 주식시작이 대폭락합니다. 미국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은 제품생산을 대부분 중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애플의 매출이 제로가 될 리스크가 공존합니다.

미국의 반도체회사들도 적게는 10% 많게는 70~80%를 중국에 판매하기 때문에 미국 반도체주들의 대폭락도 불가피합니다. 그래서 미국이 중국에 반도체 전면 봉쇄를 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中 요소 수출 제한, 중국의 정책오류가 만든 해프닝
나비의 날개 짓이 바다를 건너면 태풍이 된다는 말이 있지만 '베이징의 검은 나비'의 날개 짓이 서해를 건너자 한국에는 물류대란의 태풍으로 몰려왔습니다. 이번 한국의 요소수문제로 인한 물류대란은 중국의 석탄생산정책 오류 때문에 발생한 해프닝입니다.

중국은 화력발전이 58%나 되는 나라이고 대부분이 석탄을 사용합니다. 중국은 석탄에서 암모니아를 생산하고 여기서 요소를 뽑아 냅니다. 하지만 석탄 생산 축소, 암모니아 생산축소, 전력부족으로 인한 생산감소로 농업용 요소가 부족하자 국내 농민 보호를 위해 수출규제를 한 것에 한국이 요소수 불똥을 맞은 것입니다.


그래서 요소수출 제한이 미국과 중국 간의 전쟁의 과정에서 중국이 한국에 보복하기 위한 것이라든지, 중국이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지한 것 때문이라는 말은 맞지가 않습니다. 중국의 총 석탄공급에서 수입 석탄 비중은 10%에 불과하고 이중 호주산은 32%였는데 2021년에는 호주산 수입중단 대신 인도네시아와 러시아로부터 수입을 늘려 수입량은 10% 감소하는데 그쳤습니다. 그래서 호주산 수입금지의 영향은 중국의 석탄공급에 마이너스(-)1%정도의 영향을 주었을 뿐입니다.
공급망, 잘 관리하는 것이지 모든 망을 소유하는 것 아니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를 생산에 적용한다면 공급망이 길면 언젠가는 당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공급망은 잘 관리하는 것이지 모든 망을 소유할 수 없습니다. 세계의 패권국 미국도 모든 공급망 다 거진 것 아니고 중국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래서 미국의 새 대통령 바이든은 중국을 무역이 아닌 공급망 차단으로 봉쇄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바이든의 대중국 공급망 봉쇄 전략은 효과적이지만 실행력이 문제입니다. 첫째 정책의 일관성이고, 둘째 국가이익과 기업이익의 충돌입니다. 셋째 동맹의 배반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이 가지지 못한 최고의 자산이 '동맹'이라고 합니다만 이는 미·중 전쟁에서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립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지만 국제관계에서는 '피보다 진한 것이 돈'입니다. 돈이 되면 친구지만 돈이 안되면 친구도 버리는 것이 국제관계입니다. 어제의 적도 돈 되면 오늘은 동맹이 되는 것이 국제관계입니다. 미국이 많은 우방국을 가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힘과 경제력에 어쩔 수 없이 미국의 우방을 자처하는 나라가 많다는 점은 변수입니다. 만약 이 전제가 흔들리면 동맹은 쉽게 깨집니다.

그리고 진정한 강자는 동맹이 필요 없습니다. 힘센 주먹으로 내리치면 끝나는 것이고 주변의 조무래기들 어르고 달래고 하는데 시간 쓸 필요가 없습니다. 강자가 동맹을 강조하는 것은 힘의 약화 신호입니다. 숲 속의 왕인 호랑이와 사자가 늑대나 여우나 토끼와 동맹하는 것을 본적이 없습니다.

미국의 최대 자산이 동맹이라는 말은 중국이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였을 때는 맞는 말이지만 중국이 70%가 되면서 미국의 동맹들은 슬슬 눈치를 보고 있습니다. 만약 미국이 중국을 좌초 시키지 못하고 중국이 미국 GDP의 90%가 되거나 100%를 넘어서면 동맹의 배반은 피할 수 없습니다.



바이든의 동맹전략에는 내부적 허점도 있습니다. 사회주의 국가와는 달리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기업의 정당한 경영활동을 정부가 통제하기 어렵습니다. 주주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과 장기적인 국가이익이 충돌할 때 기업의 이윤동기를 철저하게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정부 시절 중국에 첨단기술, 첨단공장 짓지 말라는 데 세계 전기차 1위 업체인 미국의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에 최대규모의 전기차공장을 지었습니다. 세계 최대 전기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에 돈 벌려고 진출한 것 입니다.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은 중국이 41%이고, 미국은 14%에 불과합니다. 기술은 시장을 이길 수 없습니다. 한국과 일본 간 반도체, LCD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전쟁에서 시장을 가진 한국이 이긴 것이 좋은 사례입니다.

바이든 동맹전략에는 정치적 허점도 있습니다. 미국은 2등 죽이기에 이골이 난 나라입니다. 70년대 소련, 80년대 일본이 희생양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중국이 타켓입니다. 그런데 소련이후 가장 강했던 일본과 중국은 다른 점이 있습니다.

1985년 일본 엔화의 평가 절상을 유도하는 '플라자합의' 이후 10년간 미국은 일본을 환율전쟁, 기술전쟁으로 몰락시켰습니다. 그러나 1985년 일본은 당시 미국 GDP의 40%선이었지만, 지금 중국은 70%에 달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피크시기인 1995년에 일본 GDP는 미국 GDP의 70%선이었는데, 지금 막 전쟁을 시작한 중국은 이미 일본의 최전성기의 몸집을 가졌습니다

4년마다 대통령 선거가 있는 미국이 일본을 좌초 시킨 정치적 배경에는 1980년부터 1992년까지 내리 3번 12년간 공화당이 집권해 대일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국의 대중정책, 트럼프정부와 달리 바이든 정부의 대중정책이 또 바뀌었습니다.

4년 임기를 마치면 82세인 바이든, 연임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그리고 이미 취임 300일기준 지지율 보면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역대 6명의 대통령 중 트럼프 하나를 빼고 가장 낮습니다. 당장 중간선거에서 5:5인 상원의 비율이 역전될 가능성 커 보입니다.

그렇게 되면 바이든의 재임 후반기 정책 동력이 확 떨어질 판이고, 만약 3년뒤 다시 민주당이 정권을 잡게 되면 바이든의 동맹전략이 유지될 지도 의문입니다. 자유 민주주의 선거제도의 약한 고리가 대중정책에 독이 될 수도 있는 것이지요.
제2의 요소수 사태 피하려면?
요소수 사태로 온 나라가 야단 법석이고 1800여개 품목에서 중국 없으면 망할 것처럼 떠드는 것은 자제해야 합니다. 10여년 전에 이미 부가가치 떨어져 해외로 이전한 품목을 왜 공장 없앴고, 왜 중국에 80%이상 의존했냐고 지금 사후적으로 떠드는 것은 의미 없습니다

중국의 요소수출 총액은 142억 달러 밖에 되지 않는 미미한 품목입니다. 특히 한국에 대한 요소 수출은 10%도 안되는 품목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한국 물류의 목줄을 누를 수 있다는 것을 중국은 이번 요소수 사태를 계기로 알게 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목을 조를 수 있는 품목이 1800여개나 된다는 것을 온천하에 다 까발리는 바람에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은 사태의 배후를 정확히 파악하고 신속하고 은밀하게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누가 잘못인가를 가지고 따지기 만하고 스스로 약점을 중국에 모조리 까발리는 우를 범하면 안됩니다.

15~20년전에 이미 경쟁력이 없어서 사업부를 죽이고, 10여년전에 공장 문을 닫은 품목을 다시 생산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리고 1800여개 품목을 다 국산화 할 수도 없을 뿐더러 할 기업도 마땅하지 않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싸게 만들고,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의 생산 상황을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대책을 세워 현명한 중국활용법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국의 정책변화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정책변화 시 위기 상황에 대비하는 '컨틴전시 플랜'을 세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중국의 석탄 감산과 제한 송전은 3분기에 실시했고 요소수출 제한은 10월11일에 발표했지만 우리는 한참 뒤에 사고 터지고 나서야 난리를 쳤습니다.

이번 요소수사태를 보면, 입만 열면 중국지도자와 연결되어 있다고 하는 수많은 인사들의 중국과의 인맥과 관시라는 것은 모두 영양가 없는 얘기였습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진짜 걱정되는 것은 1800여개의 대중의존도 심화품목이 아니라 중국 정부와 직접 소통하고 문제해결을 할 채널이 없어 보인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범정부 산업계 차원에서 중국의 산업정책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체제를 구축하고 전달하는 시스템 빨리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대중국 인맥과 소통채널 전면적으로 다시 구축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1800여개의 제2의 요소수사태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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