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이 20%…미래에셋의 '인재 블랙홀' 전략

입력 2021-11-22 17:09   수정 2021-11-30 15:56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임원 수가 최근 100명을 넘어섰다. 미래에셋운용 전체 임직원은 500여 명. 5명 중 1명이 임원인 셈이다. 운용자산 기준 업계 1위인 삼성자산운용보다 임원 수가 6배 이상 많다. 업계 관계자는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다른 회사 인재를 대거 영입하는 과정에서 임원이 늘어났다”며 “삼성자산운용과의 격차를 빠르게 줄일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전략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인재 잇따라 영입
미래에셋그룹은 지난 3일과 12일 연이어 임원 인사를 했다. 지난 9월 말 기준 99명이었던 미래에셋자산운용 임원 수는 이번 인사를 통해 113명으로 늘었다. 전체 임직원 542명 중 20.85%가 임원이다. 작년 말 84명에 비해서는 34.52% 늘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또 이번 인사에서 자산배분, 부동산투자개발 등 주요 사업을 부문별로 나눠 각각 대표를 두는 ‘부문 대표’ 수를 크게 늘렸다. 당초 6명에서 23명이 됐다. 실질적 책임과 권한을 갖는 대표 수를 늘려 임원들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포석이라는 평가다.

반면 삼성자산운용의 임원 수는 17명이다. 작년 말 16명에서 1명 증가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전체 임직원(367명) 대비 임원 비율이 4.6%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인재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업계 1위를 차지하기 위해 ‘선수’로 이름을 날리는 펀드매니저 등을 잇따라 영입하고 있다. 스카우트 과정에서 유능한 인재라고 판단하면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임원 승진을 약속하고, 이를 지키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임원 수가 늘어났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재 블랙홀 전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 중 하나가 김남기 상장지수펀드(ETF) 운용부문 대표다. 김 대표는 삼성자산운용 공채 출신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삼성자산운용에서 ETF 운용팀장으로 일하던 그를 2019년 11월 임원(이사)이자 ETF 운용본부장으로 스카우트했다. 김 대표는 2년 만에 상무를 거쳐 전무로 초고속 승진했다. 업계 관계자는 “40대 중반인 김 대표가 삼성자산운용에 남아 있었다면 벌써 임원이 되긴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올해 영입한 이정환 ETF 운용본부장은 한화자산운용과 NH아문디자산운용을 거쳤다. 이 본부장은 최근 이사대우로 승진했다.
좁혀진 격차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지난 18일 기준 운용자산(AUM) 규모는 165조7278억원으로 작년 말 132조479억원에 비해 25.51% 늘었다. 삼성자산운용의 AUM은 299조2276억원으로 작년 말 277조785억원에 비해 7.99% 증가하는 데 그쳤다. 330여 개 전체 자산운용사의 AUM 증가율은 10.28%였다.

최대 격전지인 ETF 시장에서 미래에셋의 약진은 눈에 띈다. 국내 ETF 시장은 최근 1년간 순자산 총액이 40% 이상 늘어날 정도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점유율은 작년 말 25.49%에서 34.86%로 늘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의 순자산은 이 기간 13조1150억원에서 24조5418억원으로 87.1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삼성자산운용은 27조400억원에서 30조4591억원으로 늘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이처럼 임원 수를 크게 늘리며 공격적으로 사업할 수 있는 것은 박현주 회장의 사업방침에 따른 것이다. 유능하고 젊은 직원이 회사를 이끌도록 하기 위해 직위나 금전 등을 통해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삼성 등 대기업 계열이나 은행계 운용사들은 이 같은 파격적인 인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룹이나 금융지주의 방침에 따라 인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급격한 변화와 직원의 5분의 1이 임원이라는 상층부 비대성이 조직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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