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도 애로사항이 많다. 취업난을 뚫고 입사한 신입사원들의 조기 퇴사율이 줄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이직률은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 노동부가 이달 발표한 채용 및 이직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재택근무가 어려운 제조, 소매, 레저, 의료 서비스 등의 산업을 중심으로 최근 6개월간 퇴직이 가속화되고 있다.
“요즘 애들은 말이야, 취업 준비는 끈기 있게 하는데 막상 회사 생활에는 끈기가 없어”라고 한탄하던 한 중소기업 대표의 말이 귓전을 맴돈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는 어렵다. ‘요즘 애들’은 요즘도 문제지만, 10년 전에도 문제였고, 20년 전에도 문제였으며, 그 당시 문제였던 그때 그 시절의 요즘 애들이 지금의 기성세대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MZ세대를 동일한 그룹으로 통칭하고 있기 때문이다. MZ세대를 자세히 보면 밀레니얼세대만 해도 1981년생부터 1996년생에 이르기까지 띠동갑을 넘어서는 연령대로 구성돼 있다. 군복무를 마친 복학생이 2~3년 어린 후배들과 세대 차이가 심해 팀프로젝트를 하기 쉽지 않을 정도라니 하물며 15년차 이상을 같은 밀레니얼세대로 묶어선 안 된다. 전·후기 밀레니얼세대로 우선 구분해야 한다.
밀레니얼세대의 출근 이유는 X세대와 같은 ‘경제활동’이다. 하지만 1997년 이후 출생한 Z세대는 ‘자아실현’이 직장 선택 1순위다. 경제활동은 3순위일 뿐이다. 이것만 봐도 MZ세대는 전·후기 밀레니얼 세대, Z세대의 ‘한 지붕 세 가족’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요즘 직장은 각기 다른 다섯 세대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세대 차이, 세대 갈등의 현상 파악과 대책 마련도 세대별 특징에 따라 접근해야 한다. 출근 목적이 다르니, 수백 대 1의 경쟁을 뚫고 들어간 회사라도 자신의 자아실현이 충족되지 않는 기업문화와 보상체계라면 언제든지 얼마든지 그만둘 수 있게 된 것이다.
MZ세대의 푸념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들 역시 “부장님도 내 또래의 자녀가 있는데 어찌 이리 이해를 못 하실까”라며 답답해한다. 필자의 코칭 경험에 따르면 한국에서 성공한 리더들은 자녀와 사이가 나쁜 경우가 매우 드물다. 아버지가 직장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며 몸 바쳐 충성하다 보니, 자녀들과 사이가 나빠질 겨를도 없다. 서로 얼굴 볼 시간이 있어야 사이가 좋든지 나쁘든지 할 텐데 소통의 시간조차 부족할 정도로 회사에 올인하기 때문이다.
상사들에게도 어려움이 있다. “권한 위임을 원하는 MZ세대에 일을 맡기면 진척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왜 그럴까? MZ세대에 물어보니 상사들에게 권한을 위임받으면 업무 몰입도가 확실히 올라갔다. 다만, 전제조건이 하나 있다. 그 업무에 흥미를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상사가 주는 10가지 업무 가운데 MZ세대가 흥미를 느끼는 업무는 한두 가지밖에 없기에 나머지 업무들은 부진했다. 이런 내용을 공유하면 X세대 이전 상사들은 대부분 망연자실한다. 지금은 상사 노릇 하기도 너무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필자의 서울대 연구팀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상사에게 기대하는 역량 중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학습민첩성이다. 지난해 6월 조사에서 5.1%였던 것이 같은 해 10월 조사에서는 10%로 두 배 규모로 증가했다.
학습민첩성이 떨어지는 상사들은 오라는 곳도 없고 갈 곳도 없기 때문에 사내 정치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학습민첩성이 떨어지는 리더가 많은 회사일수록 가성비 좋고 유능한 젊은 인재들이 떠난다. 신입사원들의 조기 전력화를 꿈꾸는 회사일수록 떠나야 마땅한 사람이 떠나는 것인지, 남아야 할 인재들이 떠나고 있는 건지를 파악해야 한다. 퇴사 사유를 진단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취업난에도 수그러들지 않는 신입들의 조기 퇴사 현상을 제대로 학습하지 못하고 ‘철부지 MZ세대의 끈기 없음’으로 치부한다면 회사와 상사를 ‘해고’하는 MZ세대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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